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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트린 이야기-빠트릭 모디아노,장 자끄 상뻬 본문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 하지 않았고,
뺨을 대면 스르르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 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쓴 빠트릭 모디아노의 작품이고,
더구나 장 자끄 상뻬의 삽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주저없이 주문한 책이다. 얇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른이 된 까트린이 자신의 무용학원을 바라보면서,
뉴옥에 오기전 살았던 프랑스에서 아버지와 얽힌 추억을 기억하는
짧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하나의 가면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가족 앞에서의 나, 친구 앞에서의 나, 회사에서의 나 등등..
각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 등은
꼭꼭 숨겨두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가면을 벗고 숨김없이 살아가라고 말하지만,,,사실 가면은 일종의 보호장치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내보고이고 싶지 않은
약한 마음들을 감춰주고, 잊고 싶은 일들에서 도피처가 되어주며,
내가 가지고 싶은 모습들로 그 자리들을 메꿔주니까..
까뜨린 이야기에서 그 가면은 안경이란 사물로 등장한다.
어린 아이들은 안경을 끼는 아이들을 부러워해서 자신이 눈이 나빠졌으면 하고 바랄때가 있다. 이럴 때 그 간절한 소망 때문에 정말 일시적으로 눈이 나빠지기도 한다. 우리가 가면 속의 모습이 가끔 진짜라고 스스로 착각할때처럼 말이다. 현실과 소망의 혼재라고 할까..
까뜨린은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지만, 춤을 추기 위해 안경을 벗을 때는 보얗고 다사로운 기운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낀다. 이때만큼은 자신이 자유롭고 가벼운 무용수가 되는 것이다.
까뜨린의 아빠는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안경을 벗곤 한다. 생활을 위해 어쩔수 없이 동업을 하고 있는 까스트라드씨를 마주쳐야할 때나, 미국으로 떠나기도 전에 자신의 이름이 달려있던 간판을 갈아치우는 순간 등등..
개인적으로는 까뜨린보다는 까뜨린의 아빠에 더 관심이 많이 갔다. 그는 사업상의 인맥을 넓히기 위해 까뜨린 친구의 상류층들의 파티에 어색하게 참석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허세를 부리며 부자인척 하기도 한다. 또한 까스트라드씨의 지겨운 잔소리와 무례한 말투를 참아내기도 한다. 그를 이런 지겹고 굴욕적인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하는 것은 바로 안경 벗기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은 까뜨린의 무용학원 선생님으로 그는 프랑스에서만 살아온 여성이지만, 학원의 명성을 위해
러시아인인척 억양을 흉내낸다. 까뜨린의 아빠는 이를 알지만, 굳이 알리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학부형으로 지낸다. 아마 삶을 살아내는 사람으로서의 공감대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은, 까트린의 아버지와 무용선생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대외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듯이,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나름의 사정으로 인해서 자신을 대신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하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따사하고 보드라운 새털베개와 같은 도피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슬픈 것은, 가면은 가면일뿐 절대 자신 그자체게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나빠진 아이의 시력은 곧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그러니 부디 '우리 모두에게 활기 찬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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