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내가 훔친 여름,60년대식-김승옥 본문
난 이렇게 생각하거든, 양심이란 만들어 가져야 하는 거라고 말야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묻고 싶겠지? 대답은 이거야. 나는 영혼을
소나 말 부리듯이 막 부려먹음으로써 만드는 거라고 말야.
나는 인생을 사랑해. 그러기 때문에 나는 내 영혼을
모든 경우에 갖다놓고 시달림을 받아보게 하고 싶어.
그러면 결국 나의 영혼 속에 무언가 찌꺼기가 남을거야.
난 그걸 양심이라고 하고 싶어.
난 우리 모두가 그래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무언가 우리 시대가
정리됐을 때엔 우리 시대의 양심이 남겨질거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양심이라면
그때 그걸 지키기 위해서 가장 강력한 투쟁도
우린 피하지 않을거야.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린 거의 모두가 주어진 인생을
그저 무사히 통과하려고만 해.
자기 집 식구들의 손에 의해 무사히 수의가 입혀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꼴이란 말야.
그런 태도로 뒤에 남겨줄 만한 양심을 물려받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말야. 가만히 보면 회초리를 들고
'여러분 조용히 조용히!'하는 선생님 같은 경찰들
눈치만 슬슬 보고 사는 꼴이란 말야. 순한 양들이지.
순한 양들은 항상 주인이 있어야 해.
자기가 자기의 주인 노릇은 못하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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