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날씨는 맑음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전경린 본문
영화 '밀애'를 보면서 항상 아쉬움을 느끼지만 ,
기본적으로 그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아쉬움이었기에
그것을 조금 달래고자 원작을 한번 읽어보았다.
아마 내가 갖는 아쉬움은, 내가 작가와는 달리 야생적이지 않고
제도 안의 것이며 세상이 쳐놓은 휘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랑은 좀 불편해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미흔이 사랑을 하는 장면들 보다는,
미흔의 남편 효경의 외도 상대가 크리스마스날 집으로 문득 찾아와
일상의 행복이 와장창 깨지는 장면이 더 기억에 남았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지겨울정도로 통속적인 장면일수도 있는데...
무섭도록 소름이 돋았다.
비가 등에 내리꽂히듯 내리는 날 읽다보니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이 슬퍼졌다.
엄마의 집이 이 작품의 후속편쯤 된다고 하는데,
(내용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집을 읽으면서 약간 감정이 차분해지고
상처를 치유받는 듯 한 느낌이 들긴했지만...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사막에 사는 여자처럼 그 속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었어. 육십도의 고열도, 육년 동안의 가뭄도, 뜨거운 모래바람도, 백이십일 간의 부재도, 삶 자체의 남루함과 처참함도...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참을 수 있게 하는 사랑이 박탈된 거야.
넌 단지 부정을 저지른 게 아니라 내 생을 빼앗어버렸어.
안돼.....
난 절대로 예전처럼 될 수 없어.
아무리 시간이 흘러가도 너를 다시 사랑할 수 없어.
삶이 참을 수 없이 하찮아.
사람이 왜 허무해지는지 아니?
삶이 하찮기 떄문이야.
마음을 누를 극진한게 없기 때문에.....
흔히들 더 선량하고 너그러운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랑을 한다고 착각을 하지만, 실은 정말로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끝까지 하는 자들은 나쁜 사람들이지. 보다 덜 선량하고 부도덕하고 연약하고 이기적이고 히스테릭하고 예민하고 제멋대로이고 불행하고 어둡고 자기도취적이고 집요하면서도 변덕스럽고 독선적이고 질투하는 사람.....상처받은 사람의 모습이지.
바닷물이 파란 것은 바다가 다른 색은 다 흡수하지만
파란색만은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거 알아요?
노란 꽃도 마찬가지예요. 노란 꽃은 다른 모든 색은 다 받아들이지만 노란색만은 받아들이지 못해 노란 꽃이 된거죠.
거부하는, 그것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을 규정하는 거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알아볼 수 있었어요.
당신이 안간힘으로 거부하고 있는 당신의 상처를.
거부한 나머지 상처 그 자체가 되어버린 당신을.
슬프게도 우리는 저항하는 그것으로 규정되는 존재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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