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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봄날은 간다.

DidISay 2012. 1. 23. 14:47

이 영화는 전형적인 멜로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처녀와 한 남자가 만나서 이리저리 줄다리기하는
이야기도 더더구나 아니고..
몇번이나 볼까..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몇년이 지난 최근에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운드 엔지니어와 PD 라는 겉보기에는 꽤나 화려하고 감각적인
직업을 가진 두 남녀...그래서 처음에는 또 그저그런 영화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영화내용은 전혀 세련되지도 현대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치열하다고 해야하나?..그런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상당히 현실적인..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는 '라면 끓여'와 차가운 표정..
필요할 때만 찾는 제멋대로인 은수가 너무 짜증이 났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매번 행복하고 다정다감하게..
꿈같은 이벤트를 거쳐가며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더구나 이혼경험이 있는 30대 여성이라면..
은수와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에 맹목적인 상우는 은수의 작은 행동에도 휘둘리고 상처받지만 그 정을 잊지못해 계속해서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아파한다.

언젠가 남자친구에게 마음이 변하면 먼저 행동으로 알리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결코 상처받기 싫다고 해야하나?
이런 마음때문에 그런 기미를 느끼면 내가 먼저 떠나겠다고 했었다.
물론 남자친구는 순간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었지만..

누구나 상처받기 싫어하고 이에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본능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은수의 차가운 모습...전화를 기다리다가도 막상 전화벨이 울리면
짜증을 내는 것..직설적이고 내뱉는 말투..

은수와 상우의 사랑이 투닥거리고 팽팽한 긴장이 있는
그래서 조금은 지쳐가는 사랑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면
치매에 걸린 후에도 과거의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기차역에서 그 추억을 기억해내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 짧은 봄이 지난 후를 그려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이 된 후에도
누군가가 그리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그리고 나 역시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애태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란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생각할 수 있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영화 후반부에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우를 떠났던 은수가 찾아온다..
화분을 건내며 다시 시작할 것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은수..
하지만 상우는 화분을 다시 돌려준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예전에 누군가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과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하는 것..
어떤 것이 더 행복할까?..
글쎄..이건 아직까지도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으로 남아있다.

버림받고 남겨지는 것을 끔찍하리만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A형인 나에게는 사랑받는 은수의 사랑이 쉬운 선택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혼자 남겨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미련없이 살아가는 쪽을 택할지도..

요즘 정말 완연한 봄이다..꽃이 피고 새가 울기 시작하는
그런데 벌써 여름 날씨가 온다고 한다...
짧아서 항상 아쉬운..하지만 찬란한..
그 봄이 있기에 우리는 혹독한 더위와 추위를 견뎌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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