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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혈의 누

DidISay 2012. 1. 23. 14:49
난 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 평소에 비디오를 볼때는 공포영화도 아주 작게 틀어놓고 보는 편인데 하필이면 자리잡은 곳이 스피커 바로 옆이었다;;
난 나름대로 무서울때 벽이라도 막고 있는것이 뻥뚫린 좌석보다 나을 것 같아서 선택한 곳이었는데 스피커 때문에 귀가 멍해진..;;
영화가 시작된 다음이라 옮기지도 못했다..

내용은 제지를 만들어 조공을 바치는 섬마을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특이한 것은 단지 추리를 해서 풀어나가는 단계에서 멈춘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온갖 추악한 감정들이 영화 곳곳에서
그리고 결말까지 이어져 폭발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잔인함은..음..정말 잔인하다
피튀기는 잔인함이라기 보다는 내게는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음울하게 느껴졌다.
5가지 형벌이 그대로 보여지는데 능지처참이라는 형벌이 그리도
끔찍한 것인지 이번에 처음 느꼈다.
사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자세히 상상해보지는 않았던 부분인데 그 장면을 보고 정말 요즘 세상에 태어난걸 감사히 여겼다..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지성을 살려내고 제지공장 밖에 나왔을때 주민들이 곡괭이 삽등을 들고 지성을 죽여야한다고 하는 장면이다.
차승원이 제지를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자기가 내준거나 다름없다고 느낀다.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과오를 덮으려는 것인가?
결국 지성은 주민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나에게는 이 장면이 가장 잔인하게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 수십명이 자신의 죄책감을 털어버리려는 듯이 지성을 한명씩 찔러나가는 것..인간의 이기심의 가장 추한 면모가 아닐까?
지성의 죽음과 동시에 섬 전체에는 비가 내린다. 섬 사람들은 오랜만에 내리는 비를 보며 속죄를 위한 성수인양 좋아하지만 사실 그건 그냥 비가 아닌 피비 즉 혈(血)의 누(淚) 였다. 핏물을 보고 공포에 질린 섬주민들은 자신의 죄책감과 공포를 못이겨 스스로의 목숨을 끊기 시작하고 핏물과 피비린내는 점점 짙어진다.
결국 섬사람들 모두 피해자요 동시에 범죄자인것이다.
관리들에게 설움받는 서민이었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관리들과 다를바없는 속물임을.. 한마디로 범죄자는 발고자 5명도..살인자도 아니라 섬사람 모두였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만화 '드레곤 헤드'가 생각이 났는데 자신이 살기위해 마을사람들 전체를 몰살시키는 등의 행위 즉 종말에 가까웠을 때 탐욕에 눈이 멀어 극단에 치닫는 점이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정녕 성악설에 가까운 것인가?
많이 배운 관리들도..미천한 천민들도..결국 본성은 같은 것이라면
어떤 배움으로도 인간의 그 악한 본성은 잠재우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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