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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DidISay 2012. 1. 24. 00:46

전날 잠을 설쳐서 너무 피곤했는데도

너무 기다렸던 영화라 지친 몸을 이끌고 가서 본 영화이다.

아마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보는 내내 졸았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네이버평범 9,46을 달리고 있는데,

영화를 본 내 생각으로는 평점이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월E와 더불어 내 기대주였는데 이를 전혀 실망시키지 않은 수작.

 

배트맨 비긴스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인데,

사실 난 배트맨 비긴스를 안봤었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 약간 집중도가 떨어졌을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배트맨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조커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랄까.

물론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이번에도 아주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악에 대해 좀더 심도 있게 다룬 영화라

히스레저가 맡은 조커 역이 더 돋보였다.

 

영화러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는데도

피곤한 상태로 졸지않을 수 있었던건 영화의 전개 과정이

계속 긴장을 놓치지 않은 상태로

사건이 팡팡 터지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생각이 났다.

조커와 안톤시거는 모두 전지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두 인물 모두 영화 속의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만들어내면서

그 안에서는 신과 같은 절대성을 드러낸다.

그들이 창조해낸 세계 속에 들어온 것들은

모조리 그들에 의해 죽게 되거나 불행을 맞이한다.

 

또 둘은 위선이 없는 사람으로 악이란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어떠한 망설임이나 두려움도 없이 자신의 본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이다.

이 인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돈이 목적이 아니다.

단지 순수한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것일뿐..

 

관객들이 조커와 시거의 살상 장면에서 충격과 동시에

묘한 흥분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사회성'이라는

인위적인 제어장치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인간 본연의 악을 그대로 드러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차이는 다크나이트에서는 데우스엑스마키나처럼

막대한 재력을 가진 배트맨의 활약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것 정도.

 

오랫만에 막대한 돈을 쏟은 오락적 요소를 가졌으면서도

이정도 사유를 담은 영화를 만나서 참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