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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아득하게 그리운.

DidISay 2012. 1. 25. 14:35


존 슬론(John Sloan) 그리니치 빌리지의 뒷골목 1914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린 날엔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이 있는데,
백석의 시, 영화 러브레터와 철도원 그리고 존 슬론의 저 그림이다.

20세기 초 사실주의 화가인 존 슬론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을
낭만적이고 시적인 감수성으로 녹여놓은 작품들로 유명하다.

황량하고 삭만한 현대인의 단면을 에드워드  호퍼가 잘 포착했다면,
그의 그림에서는 사소하고 이 사회에 타자의 위치에 속한 사람들의 순간을
절묘하고 애정어린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 그림은 빨래감들이 얼기설기 늘어져있는 미국의 뒷골목이 배경이다.
'뒷골목'이란 단어에서 풍기는 음습하고 어두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지극히 따뜻하고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예쁜 애완묘가 아닌 동네를 떠도는 흔한 검은 고양이.
창밖을 내다보는 소녀
눈사람을 만드는 꼬마들만으로도 웃따뜻함이 느껴져 웃음 짓게 한다.

풍경은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정확히는 보는 사람의 마음도 반영하는 것 같다.

내 마음이 고독하고 힘들적에는 호퍼의 그림을 보며 많은 위안을 받았었는데,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이면 존 슬론이 연출한 이 풍경 속에 들어가
흰 눈송이라도 한웅큼 쥐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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