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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여성의 목소리 만들기-조지아 오키프

DidISay 2012. 2. 14. 02:09

 



조지아 오키프는 살아 생전에
이미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화가로서 평가받았고,
포드와 레이건 대통령에게 자유와 예술 훈장을 받았으며
수많은 명문 대학에서 그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녀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결혼한 뒤에도 남편의 성(性)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결혼 전의 성을 그대로 사용했고,
서유럽계의 모더니즘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추상환상주의의 이미지를 발전시켜
당대 미국 미술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남성이 말하는 모든 여성성에는 이미 성적인 편견이
녹아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혐의가 드리워진다.
자기를 표현하려는 여성이 입을 열어 자신의 삶과 경험을 말하는 것,
말 해버리는 것, 표현해버리는 것은

그러한 말하기에 대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통념과

거부감과 부자연스러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일이고,
일종의 반역에 비견되는 일이기조차 하다.

안니 르끌렉은 여성이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가지고 말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토로한 적이 있다.

 

"자기 고유의 말을 하려는 모든 여자는 우선 여성을 창조해야 하는
이 엄청난 긴급성을 피할 수 없다. 억압적이지 않은 말을 창조하는 것.
말을 끊이지 않고 말문을 트이게 하는 그런 말을 만들어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성을 도덕적 판단 혹은 과학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전통에서나,
공통적으로 여성에 대한 논의가 도덕적·윤리적 강령의 차원에 머물렀던 경우에
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한 종교 지도자나 철학자들은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철저히 남성들의 입장에서, 여성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성들을 객체화하고 이를 또한 ‘진리’의 이름으로 선포했고,
공정해야 할 과학도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종속된 존재로
표현하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키프가 화가로서 입문하고 명성을 얻는 과정에서
291화랑의 작품들을 거두어 주길 바랬던 까닭은
어쩌면 이렇게 여성으로서 자기의 말을 갖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 이전의 많은 여성 화가들이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점을 고려할 때
조지아 오키프가 자신의 작품에 사인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것은
이에 대한 반항은 아니었을까?

오키프는 꽃을 즐겨 그렸는데
많은 비평가들이 이들 사이에서 여성과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찾으려고 했다.

오키프 자신은 그러한 연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강조한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면서 이 여성화가는 다음과 같이 되묻는다.

"사람들은 왜 풍경화에서 사물들을 실제보다 작게 그리느냐고 묻지는 않으면서,
나에게는 꽃을 실제보다 크게 그리는 것에 대하여 질문을 하는가?

Were I to paint the same flower so small, no one would look at them...
So I thought I'll make them big like the huge buildings going up.
People will be startled; they'll have to look at them and they did."

 

사람들은 여성에 의해 표현되는 모든 사물에 의문을 품는지도 모른다.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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