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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일기(2011) 본문
125로 시작되는 주민번호가 탈북자를 나타내는 표시라는 것을 처음 알게해 준 영화.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박정범씨의 지인이 탈북자였다고 하는데,
그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그의 가난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만든 영화가 바로 '무산일기'라고 한다.
체육교육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감독인데,
투박하고 거칠지만 담박하고 묵직한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요즘 내가 가장 부끄러운 것은,
수많은 책을 읽고 일명 PC하다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인지를 고민하지만
내 일상을 들여다본다면
탈북자는 그저 티비나 뉴스를 통해서 보고 잠깐 걱정하고 잊는 대상이며,
난민이나 아동학대와 관련된 것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저 잠깐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며
한달에 한번씩 계좌를 통해 빠져나가는 아동후원 따위로는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조차 힘든 것들인데
아마 나 외의 대다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무언가 큰 변화를 이루기엔 우리 모두 너무 일상에 매몰되어 있다.
지쳐서 다른 것을 깊이 생각하고 논의하기엔 벅차하는 것 같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내 몇십년 후의 노후를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뿐 것이다.
4.19를 성공시키고 그 기쁨에 젖어 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이승만의 시신이 한국에 왔을 때
그 불쌍한 노인네가 해외에서 쓸쓸하게 죽었다고 울었다고 했었나.
그저 감성적인 수준에서의 각성이 아니라,
일상적인 영역까지의 깨달음이 있어야할텐데 나 역시 그것이 너무 힘들다.
지식은 권력욕을 동반하며, 아는 것은 힘이라는데..
그 힘을 올바른데 쓰기 보다는
내 개인적인 일상을 유지하는데 쓰기에 급급한 것 같아서
스스로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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