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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만나는 시간

네덜란드 마술적 사실주의전-서울대 미술관

DidISay 2012. 3. 25. 15:29


전시명    :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 전통에서 현대까지
전시기간 : 2012년 2월 9일 ~ 2012년 4월 12일
전시장소 : 미술관 1,3 갤러리

ING은행 서울지점과 서울대 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전시.
작년이 한국과 네덜란드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라 특별히 개최되었다고 한다.

ING 아트 컬렉션은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션으로 손꼽히는데
특히 사원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 시작한 만큼
감상이 어렵지 않은 현대 구상회화를 소장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ING소장품 중 엄선된 71점으로 구성되었는데,
192,30년대 유행했던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들 부터
이의 영향을 받은 최근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관람료가 3천원밖에 안해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1,2관으로 이루어진 전시관이 꽤 알찼고 작품수도 많았다.
게다가 의외로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아침 일찍 간 보람이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전시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천천히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아래층에는 비룡소 등에서 기증한 아동용 책과 소파들이 있어서
아이들은 책을 보게하고 어른들끼리 관람해도 좋을 것 같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백년간의 고독'과 같은 문학 작품에서만 접했던 단어인데,
미술로 보게 되니 또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빈치의 스프마토 기법이나, 쇠라의 점묘법, 렘브란트의 키아로스쿠로 등을
현대적으로 활용한 작품들이 있어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국내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과 화가들인데,
도슨트 설명이 학생을 통해 이루어져서설명이 좀 미진한 느낌이다.
(도슨트 설명은 매정시에 이루어지는데 관람객이 별로 없어서,
 안내하는 분을 통해 요청하면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오시는 것 같다.)

그래서 꼭 도록을 사고 싶었는데 품절이고
재제작할 계획도 없다고 해서 너무 아쉽다.ㅠㅠ

f) 전시실 한쪽에 산수를 그린 황인기님의 고전적인 수묵화가 있는데,
   사실은 그린 것이 아니라 점묘법을 레고로 표현한 작품이어서 흥미로웠다 :)


요한 바벨링, 전원풍경, 2001, 패널 위에 유채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내서 참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는데,
궁금한 마음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다빈치의 스푸마토기법을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라고 한다.

카렐 윌링크 / 르네상스 복장의 소녀 Meisje in renaissancekostuum / oil on canvas / 135x84,5cm / 1945 /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 기법을 차용한 작품.
소녀의 아버지는 골동품 수집가인데 동혼식 기념으로 의뢰한 그림이란다.

2차대전즈음이라 소녀의 생일을 기념하여 제작한 작품인데도 다소 어두워보이는 표정과 색상이 인상적이다. 배경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정원을 상상으로 채워넣었다.

당시 입었던 양장난감과 옷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테오 르헤미네즈 / 파티 Party / oil on canvas / 85x130cm(91x136cm) / 1986 /

다들 잘 차려입은 모습이지만 즐거워 보이지 않은 파티.

고양이나 살쾡이를 연상시키는 여자들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현대인의 불안, 허세, 소외의식, 허영 등을 잘 다루고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면,매우 날카로운 이미지에
창백한 혈색과 튀어나올 듯한 혈관이 인상적인 여자들이 등장한다.

 

나른하고 포근한 털의 고양이가 아니라
긴장되어 있고 앙칼진 우울한 이미지의 고양이 같은 여자들.


아래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녹턴



 

쿠스 반 쿠오렌 / 아잇제와 피사넬로 Ietje en Pisanello / oil on panel / 60x121cm / 2003 /

똥머리를 한 현대의 수수하다 못해 초췌해 보이는 여성(화가의 딸로 순수함을 상징)과 페라레를 지배했던 고고한  공주가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있는 가상적인 상황.

공주의 이미지는 아래의 르네상스 시대 초상화에서 따온 것.
현대와 과거 미술사조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주고 있어서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이라 한다.

실제로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떤 대화를 나눌지 상상하니 재밌었다.
마주보고 있으나 시선이 교차 되지않고 있는데, 현대여성은 정면을 응시하고
공주는 눈을 살포시 내리깐 모습이 흥미롭다.

 

Portrait of a Princess of the House of Este

쿠스 반 쿠오렌 / 식당 Comedor / oil on panel / 92x215cm / 2006 /

 

호퍼의 그림이 연상되는 작품..쓸쓸한 고독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건, 실제 그림을 보면

함께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화나 웃음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즐거워 보이지 않는건 마찬가지;;

 

 

바렌트 블랑커트, 최후의 유럽인, 1989-1990, 캔버스 위에 아크릴, 알키드 수지, 유채

 

고단하고 외로운 남자를 표현했다.
식탁 위에 단촐한 식사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이 눈물겹다.

 


아니크 반 브루셀 / 영감을 얻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로부터) Bevlogen (naar Piero della Francesca) / acrylic on panel / 40x35cm / 1995 /

수태 사실을 알게 된 마리아. 뾰루퉁한 모습이 금새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꽤 유머러스 해서 재밌었는데,
마리아의 모습은 프란체스카의 아래 그림에서 따온 것.
가볍게 표현했다는 뜻으로 깃털을 사방에 배치했다. ㅎㅎ 

Madonna del Parto (Particolare), Monterchi (Arezzo), Cappella del Cimitero

 

같은 작가의 그림 -영감을 얻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로부터)Bevlogen (naar Piero della Francesca) - 역시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서 따왔다.

마리아에게 수태사실을 알리는 천사의 모습이다. 꽤 진지 :)

옆의 애벌레는, 2,30년대 사실주의 화가들이 자신의 정밀한 그림기법을 자랑하기 위해
애벌레와 같은 작은 사물을 일부러 화면 한쪽에 그려서 숨겨놓은 것을 차용한 것.
이번에는 아주 크게 배치한 유머러스함이 돋보인다.

낡은 그림의 모습을 표현해내고 싶었는지, 그림 여기저기에 흠집처럼 얼룩을 표현해놨다.

베르나딘 스턴하임Bernardien Sternheim / 합창 / oil on canvas / 100x120cm / 2001 /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처럼 한 사람 한사람을  따로 그려 조합했을까 싶었지만
그러기엔 인원수가 너무 많다? 이리 많은 사람들도 
같은 표정이 거의 없는 것도 대단해 보이고 ^^;


합창이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방향이나 표정이 제각각이다.
즐겁기 보다는 무의미한 괴성이 느껴질 것 같은 그림.

에스컬레이터 Roltrap,베르나딘 스턴하임 Bernardien Sternheim, oil on canvas, 100 x 120cm, 2001

 

헤어진 애인과의 재회 장면을 상상으로 구현했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ㅠㅠ

그 수많은 인파 중에 유일하게 아는 사람을 만났지만,
곧 위와 아래로 스쳐서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서글프다.

각양각색의 포즈나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이 낯설지 않았다 ^^
작가의 이름(스턴하임=별)을 서명 대신 별 문양 티셔츠로 구현한 것이 눈에 띈다.

 

자화상 2003 No.51 Zelfportret 2003 No. 51 ,필립 아케르만 Philip Akkerman(, 1957년생) /oil on panel, 40x34cm, 2003

이 이미지는 빛이 모두 제거된 상태라, 실제 작품의 매력을 반도 표현을 못하고 있다.
실제로 보면 반짝거리는 재질의 물감을 사용해서,
얼굴이 명암에 따라 빛을 발산하고 있으며
마치 그림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나와 단테 Hanna en Dante, 엘렌 드 그루트 Ellen de Groot ( 1959년생) oil on panel, 70 x 86cm, 2006

패션 공부를 하다 25세에 유화작업을 시작한 화가.
주로 고급옷을 입은 여인을 불명확한 공간을 배경으로 묘사한 작가란다
비단 치맛자락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생생했다.

여자가 앉아 있는 의자 옆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장면 중 하나를 그린 것이다.

처음에는 여자가 읽고 있는 책이 신곡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벽에 걸려있던 :)

'양파와 주전자가 있는 정물', 베르나드 베르카이크

현대정물화 답게 소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화면 자체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화가가 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 ㅎ

아니라면 이렇게 일상적인 식재료를 아름답고 정교하게
애정을 갖고 묘사할 수 있을리 없다 :)

라울 힌케스 / 과일과 풍경이 있는 정물 Stilleven met vruchten en landschap / oil on canvas / 56x64cm / 1935 /

2차대전의 암울함이 그대로..
돌담 위에 놓인 사과, 포도, 자두, 책을 빛과 어둠으로 대비시킨 작품이다

바니타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그 의미는,
낡은 책=쇠락. 노년
과일=현재의 덧없음, 가을, 인생무상

배경도 매우 어둡고 명암을 통해 강한 인상을 준다.
명암 표현은 렘브란트, 일상적인 소재는 베르베르를 연상시킴

얀 반 디스 / 그는 여기 오랫동안 서 있었다 Lang stond hij daar / oil on canvas / 101x80cm / 2001 /


자신이 유년시절 생활했던 농장풍경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지만,
먹구름 사이의 빛이나 혼란스러운 제목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들판의 작은 구멍은 이 풍경이 퍼즐임을 암시하고 있다.



마테이스 롤링 / 정원 (무언가 찾는 사람들) Tuin (spoorzoekers) / oil on canvas / 70x70cm / 2005 /


인상주의 화풍을 이어받은 원로화가의 작품.
화가의 나이가 70이 다되는 나이였는데, 그림은 참 감각적이다.

전통적인 미술 테크닉을 보여주며 북유럽 작가 다우위 엘리아스(60), 피에터 판데르(50), 피터 하트위그(49) 등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케니 그레구아르 ‘야곱 다비드의 아들이 있는 정물’ ‘타원형 접시가 있는 정물’
위로 쏠린 구도로, 감상자에게 아슬아슬하게 쏠린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이리스 반 동겐, 비밀스런 Ⅳ, 2008, 종이 위에 파스텔, 콩테, 분필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어둠과 큰 뱀으로 현대인의 악마성을 표현한 작품. 신화적인 느낌도 든다.

 

게르 아이켄달의 「물에 잠긴 지구 II」(1992)

차오르는 물과 구조물이 중점적으로 묘사돼 있지만
끝없이 멀어지는 수평선과 곧 비가 올듯 구름 낀 하늘이 더해져 몽환적 느낌을 자아낸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었는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쇠라의 아니에르의 물놀이. 

여기 등장하는 저 소년이 바렌트 블랑커트(baredd blankert)의 아래 그림에서 다시 재현되었다 :) 바로 아래 그림은 물가인데, 마주보지도 않고 우울해보이는 것이 좀;;

실제로 보면 따스한 느낌의 색감 때문에 평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쇠라의 점묘법을 사용한 작품들은 아니다.

 

 

 

이 작품들 외에 중국계 화가 중, 인간 피라미드를 표현한 '걸음'(?)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화가의 이름이 도무지 생각이 안나서 아쉽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