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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일요일의 어느 일상. 본문

그림과 만나는 시간

한가로운 일요일의 어느 일상.

DidISay 2012. 3. 26. 03:41



 존 슬론 Sloan, John Frnch.
'일요일, 머리말리는 여인들 Sunday, Women Drying Their Hair'(1912)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 존 슬론의 그림들.

어느 한가한 일요일, 햇살 좋은 옥상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머리를 말리는 여인들의 모습이 참 유쾌해 보인다.

빨래들을 그대로 늘어놓은 주변 풍경들을 보아 부유한 동네는 아닌 것 같다.
여자들은 아마도 근처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일 것이다.

주중에 고달프게 일을 했을 것이고,
경제적으로 또는 심적으로 편하지 않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씨 좋은 일요일, 옥상에 올라가서 같이 빨래를 널어놓고,
함께 젖은 머리를 말리는 모습이 상쾌하고 즐거워 보인다.

머리의 물기를 털어 내듯 고민도 울적함도 털어내버린다.
눅눅한 슬픔은 웃음소리를 따라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이제는 정말 보송보송하고 개운하다.


유쾌한 웃음과 재잘거리는 말소리..
탁탁 터는 머리에서 튕겨 나오는 물방울..
깨끗한 비누 내음이 여기까지 전달될 것 같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매일 아침 드라이기로 휙휙 말려버리는 그 기계적인 행위가
예전에는 저렇게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구나 싶어서
어쩐지 근원지 없는 향수가 밀려올 것 같았다.

나도 저렇게 햇살 좋은 공간에서
고민과 울적함을 툭툭 털어내버렸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