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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던 그림들. 본문

그림과 만나는 시간

이별한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던 그림들.

DidISay 2012. 3. 26. 03:33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시리즈.

키스하는 장면조차 로맨틱하지 않다.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이 목을 조인다.


오스카 코코슈카, 바람의 신부

코코슈카와 말러의 부인이던 알마의 사연이 얽힌 그림.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최고의 인기녀이자 예술계의 뮤즈였던 알마.

당시 그녀는 첫딸을 잃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는데,
또 못지않게 불안정하고 격정적인 감정을 소유한 코코슈카가 만났으니;;

그 알마를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린 그림이 저 바람의 신부-_-;;
그러나 알마와는 결국 맺어지지 못하고,
이 관계는 코코슈카가 온갖 애증과 집착을 갖게 만들어 버렸다.

그 집착이 어느정도였냐면, 이후에 알마를 닮은 인형을 제작했을 정도..-ㅁ-
어느날 이 감정을 끝내고자 결심한 코코슈카가 인형을 창문 밖으로 던지자,
경찰관이 실제 사람인 줄 알고 쫓아왔다고 한다.

사람이 죽었는줄 알았다는 경찰관의 말에
'나는 오늘 그녀를 죽인 것이 맞다'라고 대답했다고 하니...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가 있다.

이 그림에서도, 금지된 사랑으로 인한 괴로움이 표정에서 생생하게 느껴진다.
원래 금지되어 있지만, 조금 무리해서 일탈하면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대상이
가장 큰 욕망의 근원이자 에로틱의 종착지라고 하니(..)


그것을 잊어라! 나를 잊어라!, 리히텐슈타인

남자와 여자 표정이 아주 현실적이다 ^^:
진절머리가 난다는데 보내줄 수 밖에 (...)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키우프만

기껏 미궁에서 빠져나오고 괴물 죽이게 도와줬더니
여자를 잠들게 하고는 도망간 남자 -_-;;

그림 속에서는 주로 버림 받는 쪽이 여자라
이런 식의 그림들이 꽤 많다.



이별의 과정을 모두 거친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던 그림들.
아이의 설익은 이별 말고, 어른의 이별.

이별을 통보 하든 통보 받든..
그것이 연인이든 지인과의 관계이든.

나와 농밀한 감정을 공유했던 누군가를 상실한다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 때로는 자기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릴만큼.

어릴 적에는 저 느낌들을 머리로야 이해하고 추측하지만,
가슴으로는 어떤 스토리와 에너지를 담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없었는데,
어느순간 알 수 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