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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1%의 우정 (Untouchable, 2011) 본문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예상 외로 정말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안봤으면 후회했을텐데, 오늘 봐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헐리우드에서 만든 그렇고 그런 미담일거라 예상했었는데,
영화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는 불어에 깜짝 놀란 ^^: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말하자면,
문구와는 달리 자본으로 인한 계급갈등이나 빈부격차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멋대로 부르는 것과 같은 값싼 동정을 보여주거나,
나와는 다른 혹은 내가 보살펴야 하는 존재로 규정짓지 않았다.
내가 봤던 것 중 가장 짜증났던 영화 중 하나가
인도판 헬렌 켈러를 그린 'Black'이다.
내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장애인을 온갖 민폐덩어리에
무슨 귀신 들린 수준의 구제불능으로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아주 헌신적인 정상인-_-이 말 그대로 교화를 통해 구제하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짜증났던건, 어릴 적에 위인전으로 수없이 읽었던
설리번 선생의 일화를 그대로 차용해서 참신함도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억지눈물과 감성만 가지고 허술한 스토리를 메꾼 영화인데,
이때 인도영화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정도로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했었다.
이 영화는 장애인과 가난한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지만
매우 재밌고 유쾌하다. 영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은 아주 재밌는 영화.
신체의 장애와 계급의 장애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이, 인간대인간으로 만나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도 매우 좋았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동정으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유명한 클래식 곡들을 자기식대로 설명하는 부분인데 정말 빵빵 터졌다.
실제로 아이들이나 클래식을 잘 접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물어봤을 때
나올법한 말들이 그대로 쏟아져 나와서 한참을 웃었다.
또한, 클래식이나 미술을 고상하게 포장하여 과시하려는
현대인의 허영심을 묘하게 비트는데서 오는 재미도 있다 ^^
그리고 이 영화는 의외로 소박한 화면이 참 아름답다.
호사스러운 집안 풍경 뿐만 아니라,
교외의 풍경이나 패러글라이딩등을 묘사할 때 잡히는 장면들이
참 예뻐서 마음이 설레였다.
음악도 다양한 장르를 적재적소에 잘 사용해서,
꼭 OST를 사겠다고 다짐 >_<
고급주택가에 울려퍼지는 강한 비트 섞인 곡이라든가
흑인 빈민가의 골목을 배경으로 깔리는 클래식 곡조가 이색적이다.
초반에 같은 공간을 비칠 때는, 전혀 다른 음악이 울려퍼졌기 때문에
음악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화면들을 비교할 수 있어서 색달랐다.
누구와도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
한참 웃다 나왔더니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
더구나 이 결말까지 훈훈한 이야기가 실화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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