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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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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DidISay 2012. 4. 15. 08:24

 

 

문학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하는 좋은 글이란, 화려한 기교가 아닌
진심이 담긴 것이다. 아무 기교 없이도 마음 깊숙한 곳을 탁 치고 갈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삶의 진실이 그대로 담긴 글의 힘이다.

하지만 어떻게 진심을 담지? 어떤 것이 진심을 담은 글이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또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쩐지 시작하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단순히 일기 정도의 끄적임이 아니라 시를 쓴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시집이다. 이 시집은 독특하게도 서울시의 어느 공고학생들 77명이 2008-2010년 사이에 쓴 시를 국어교사가 엮어 펴 낸 시집이다.
공업고등학교와 시라...

처음에는 공고라는 어딘지 모르게 단단하고 거친 이미지와 감수성의 집약인 시가 잘 매치가 안되서 갸우뚱 반, 호기심 반으로 펴봤다가 그 글들의 생동감에 빠져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기성세대들은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직설적이고 단백한 표현,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이라고 무시 받지만 실상은 어른들이 겪는 것과 별 다르지 않는 고민을 안고 사는 모습들이 내가 이 시집을 몇 번이고 거듭해서 펴 보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시는 참 어렵다...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가를 질문할 때 나는 이 시집을 권해준다. 좋은 글이란 어려운 말을 잔뜩 사용해서 현학적으로 엮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을 울릴 수 없는 글은 단순히 자신에게만 들리는 이명에 불과하다.    

 

너희들의 시선

                       정준영

내가 공고에 다닌다고
그렇게 쳐다 볼 일 아니잖아
내가 공고에 다닌다고
그런 말 해도 되는 거 아니잖아

그런 어른들의 시선이
우릴 비참하게 만들잖아

너희 학교는 공고니까
비웃듯 말하는 네 표정이
너랑 나랑 이젠 다르다는 말투가

'내가 왜 그랬지'라는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하게 만들잖아

자꾸 그렇게 볼 수록 정말 난,
네가 말하는 내가 되어 가고 있잖아

 


 더러운 인생

                 장재강

알바할 때는 알바 쉬는 날
고기도 사 주고 하더니
알바를 그만두니까
가족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알바할 때는 집에 들어가면
"일하느라 힘들지?" 하더니
이제는 집에 들어가면
"백수 주제에 왜 이리 늦게 들어오니"
잔소리만 한다.
인생 더럽다.

 


울보 담임

            김동진

담임은 울보다
우리가 쪼금만 잘못해도 운다
다른 선생님 시간에 떠들어도 운다
대들다가 울면 우리만 불리해진다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

 

실업계의 편견

                  정민석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사람들은 내 교복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왜일까? 바로
실업계라는 것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업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식하고 사고 치고 예의 없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
하지만 나 혼자는 역부족

나는 이런 편견들을
부숴 버리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