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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눈물' 입니다.-정은진

DidISay 2012. 6. 22. 03:25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이 담아온 콩고 여성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
이름이 낯익다 했는데,알고보니 몇 년 전 재밌게 읽었던 '카불의 책장수'가 그녀의 책이었다.

사실 포토에세이들은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책들도 그런 성향의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꽤 무거운 주제. 콩고의 현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쩐지 소파에 앉아서 읽기엔 마음이 무거워서 바닥에 앉아 무릎에 얹고 읽어내려간 책.


어릴적 'tv 탐험 동물의 세계'를 통해 바라본 아프리카와
뉴스나 신문을 통해 접하는 아프리카는 마치 극과 극처럼 달랐다.

광활한 대지에서 펼쳐지는 초원과 동물들의 자유로운 뛰놈과 대조적으로
이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은 매번 내전이나 테러, 아동착취와 같은 어두운 단어로 대표되었다.

멀게는 강대국들의 이익다툼과 르완다의 인종청소.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의 폐해.

목표를 정했으나, 출발부터 쉽지 않았던 아프리카.
작가는 이 곳을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방문했다고 한다.

이번에 정은진이 다룬 이슈는 콩고에서만, 하루에 36건 정도에 발생하는 강간.
여성들의 인권침해 현실이다.

 

 

 나는 그에게 콩고의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 대한 기사를 써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왜 안 썼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냥 기회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물론 성폭력에 대한 기사는 한 번의 사건으로는 다뤄질 수가 없다. 일단 팩트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려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생존자를 인터뷰하는 등 여러 날에 걸친 심층취재를 해야한다. 즉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사명감을 갖거나 별도의 예산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성폭력 스토리는 보도되기가 힘든 것이다.

 
콩고 같은 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고, 그 때문에 사망자들에 대한 기사가 생존한 성폭행 피해자들의 기사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 남자 기자에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콩고의 성폭행 사건은 사망자 통계가 곧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인종청소 사태를 불러올 중대한 사건이다. 물론 르완다나 보스니아에서처럼 짧은 기간에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수년간에 걸친 강간과 생식기 훼손은 곧 여성의 불임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면 그 여성이 속한 부족이나 마을에서는 대를 잇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인종청소나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르완다와 콩고의 여성들은 모두 강한 여성들이며 인생의 '파이터'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무너뜨린 남자들과 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소리 없이 싸우는 영웅들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나에게 드러냈을 때 나는 다짐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겠노라고. 나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그녀들의 증언과 사진을 한 사람에게라도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겨우 7살밖에 안된 강간피해 아동들...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하게 착취당한 여성들까지.
성범죄자들은 11개월 된 어린아이부터 60대 노인에 이르는데, 말 그대로 닥치는대로 강간을 한다고 한다.

생식기가 불가능한 아동의 경우엔 옥수수나 총부리를 집어 넣는 잔혹 행위를 한다고 해서,
그 끔찍함에 몸서리쳐짐과 동시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1회 피에르&알렉산드라 불라 상을 받았다.
인상적인 사진과 생생한 인터뷰들을 통해 꼼꼼하게 밀착취재한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