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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A Letter to Momo, 2012) 본문

그들 각자의 무대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A Letter to Momo, 2012)

DidISay 2013. 3. 5. 00:17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곁에 둘 수 없다는 것을

삶의 어느 지점에 왔을 때, 너무나 마음 아프게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친구나 연인과의 이별, 내가 아끼는 누군가의 죽음.. 등등

 

그리고 남겨진 이들은 간혹 내가 ..했었더라면 이라는

부질없는 후회와 미련으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아픔과 상실감을 알기에, 언젠가 떠나야하는 우리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으로 보험을 들고, 알지 못할 미래를 염려하곤 한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으로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던 소녀 '모모'가

내면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일종의 성장 애니메이션이다.

 

지브리 스튜디어오에서 7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랜 제작기간이 아쉽지 않게

좋은 결과를 냈고 덕분에 수상도 참 많이 했더라.

 

마음에 들었던 포스터. 일본민화에서 방금 튀어나온듯한 요괴들의 모습이 재밌다 :D

 

 

주인공 모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말이 마지막 말이 되어버린 것도 마음 아픈데,

모모에게.. 라는 첫머리만 쓰여진 아빠의 미완성 편지를 발견한 뒤로는

언제나 마음의 응어리를 갖고 생활하게 된다.

 

때문에 어머니의 어릴적 고향인 작은 섬에 이사 와서도

섬마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거의 혼자 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갑자기 미망인이 된 자신의 처지에 적응하는 중이고 

때문에 모모 곁에서 늘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한다.

 

이런 우울한 인물들의 처지와는 별개로 섬의 풍경은 시간이 과거에서 멈춘듯이 한가롭고 느긋하며,

섬마을 사람들은 정이 많고 다정함이 느껴진다. 

 

 

 

 

만약 모모 곁에 갑자기 나타난 다락방의 요괴들이 아니었다면

굉장히 심심한 이야기가 되었을뻔한 이 작품은,

천방지축에 먹보에 민폐만 부리는 이 요괴들 때문에

모모가 정신없이 뛰고, 소리를 지르고, 그들을 챙기게 만든다.

 

누가봐도 모모보다 더 말썽쟁이인 이 요괴들은

수호신이라는 이름은 붙어있지만, 사실 이 모녀를 지켜준다기 보다는

모모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에 더 가깝다.

 

그래서 작품은 전체적으로 아주 서정적인 것 같은 배경 속에서

일상적이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일화들을 보여준다.

 

 

 

 

 

지브리의 느낌이 물씬 나는 작화에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다.

숨이 넘어갈듯한 웃음이나, 가슴저린 갈등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좋았다.

 

이 작품 역시 더빙판이 아닌 자막판으로 보길 권한다.

요괴들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참 개성있고 좋았으니 :)

특히, 골룸 닮은 요괴의 느릿한 목소리 참 귀엽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