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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정유정

DidISay 2014. 1. 11. 00:02

2011년에 출판되어서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정유정의 장편소설. 

아마 그 해 가장 핫한 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해 입소문으로 책이 재밌다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퍼져나갈 당시에

일찌감치 서재에 꽂아놨었고, 누군가에겐 선물도 했지만

막상 나는 어쩐지 책에 손에 가지 않아서 그냥 방치 중이었다.

 

난 영화든 소설이든, 그것이 화제의 대상이 되면

오히려 손이 잘 안가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데

덕분에 대박을 친 흥행작은 보려고 했다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경지에 이르면  계속 기피하다가

평이 여전히 좋으면 그때서야 끄트머리에 겨우 보게되곤 한다.

 

 

 

결국 이 소설도 정유정의 새로운 신작 28이 나온지 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펼치게 됐다.

한밤중에 김기덕의 피에타를 보다가,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더는 보질 못하고

다른 곳에 정신을 쏟을만한 흡입려 있는 책을 고르다 집어든 것이 바로 이 '7년의 밤'이다.

(피에타를 보면서 이제 이 감독의 작품은 혼자서도 보기가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을 다루는 방식이나 시선이 너무 가학적이라서 끝까지 보는데 솜털 하나하나가 다 곤두서는 느낌.)

 

 

소설은 영제, 승환, 현수, 서원 이 네사람의 갈등이 축이 되어서 움직이는 거대한 톱니바퀴다.

읽는 내내 우울한 교향곡이 울려퍼지는 것처럼 묵직하고 어두운 느낌이었는데,

흔한 로맨스나 신파 없이 끝까지 그 탄탄한 이음새를 유지하는 것이 참 좋았다.

잘 짜인 영화 한편을 눈으로 읽는 느낌이었는데, 역시나 영화화 중이다.

 

 

 

 

 

이 소설의 매력의 절반 이상은 도저히 애정을 느낄래야 느낄 수 없는,

사이코삘 충만한 악역 영제에게서 온다.

 

근래 읽은 작품 중 가장 악랄하고 제대로 미쳐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만한 캐릭터였는데,

문제는 그가 일방적인 악역일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라는 이중적인 면이다.

 

 

 

승환과 현수는 태생이 위악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나름의 사정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과 판단을 저지르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점점 이 사건의 전말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야할지 혼란을 겪게 되고,

영제의 미친 짓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일면 작은 동정을 느끼게 된다.

(사실 그가 하는 행동을 찬찬히 되짚어 보면,

그와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_-)

 

 

 

 

 

작가가 아주 오랜 기간동안 준비한 작품답게,

가상의 마을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한 점도 좋았고

편지와 소설형식을 빌려서 각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한 점도 인상 깊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기다리게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