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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무대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 1993)

DidISay 2012. 7. 29. 04:30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꺼내든 순수의 시대.

첫 시작부터 오페라 파우스트의 이중창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치스러운 생활공간들.

온갖 소품들과 문양. 꽃, 드레스, 음식들, 접시...

 

 

동명소설 작가인 이디스 워튼 자신이 상류층의 여성이었기 때문에,

소설 속에도 상류층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있는데

마틴 스콜세지는 이를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냈다.

 

 

 

 

 

 

 

 

3명의 순수.

 

1. 아처 : 정치적 올바름, 올곧음, 지적 세계와 고급 문화 향유

             / 우유부단, 사변적, 자신이 만든 세계에 스스로 갇혀버림.

 

 

 

2. 메이 : 순결, 물들지 않음, 고결함,클래식  

           / 타자에 대한 강한 배타성, 선의와 미소 아래 감춰진 진실, 시대변화 수용 안함

 

 

 

 

3. 엘렌 : 자신의 감정에 솔직함. 하녀나 추문의 대상에게도 관대하고 배려 

           /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어하지 않음. 희생되어 버림.

 

 

 

가장 순수하고 약했던 것은,

결국 화려하고 때묻은 것으로 여져졌던 엘렌.

현대 한국사회에서도, 저렇게 거림낌없이 행동하면 욕 먹기 쉽다는 슬픈 사실.

 

메이는 무서운 여자면서 동시에 측은하기도.

임신을 발표하거나 엘렌을 사라져버리게 하는 장면을 보면,

화살을 과녁에 정확히 맞추는 장면이 그냥 나오는게 아니었다.

 

아처는 -_-;; 너무 우유부단한데다가, 행동하는거 보면 멍청하기까지...;;

아처도 자신의 감정을 포기하고, 가정 꾸리고 사느라 맘고생 꽤나 했을 듯.

 

 

 

 

메이와 엘렌의 복색대비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하얀 맨손이나 노출된 어깨가 이렇게 튀는 영화도 없을 것이다.

 

엘렌: 주로 선명한 원색의 대담한 디자인의 드레스+맨 손+ 기분에 따른 다채로운 반지사용과 화려한 악세서리를 사용

메이: 보통 흰색이나 파스텔톤, 노출 없는 드레스+ 심플한 보석을 사용+ 언제나 장갑낀 손+ 보수적인 보석 착용

 

 

 

 

 

 

 

그리고 아비투스의 문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뉴욕 상류층들은

재떨이, 양산 손잡이를 비롯한 온갖 물건에 문양을 새겨 자신의 계급과 취향을 반영하며,

유럽의 진짜 귀족들보다 더 엄격한 규범을 준수한다.

 

하다못해 이름이나 거주지까지 트집 잡으면서,

조금만 자신들의 '고결함'에 누가 될 것 같으면 가차없이 제거.

 

 

 

 

거듭 반복되는 거창한 파티와 오페라 관람 장면은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스콜세지 감독의 근성+ 철저한 고증을 거쳐 만든 영화라

서버가 어떻게 포크를 놔야할지까지 따져가면서 까다롭게 촬영했다고 한다.

 

아카데미 의상상을 탔을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

계속 보다보면 다양한 무늬의 레이스더미, 화려하다 못해 눈이 아플 지경인 테이블 세팅들.

온갖 색채의 드레스와 접시 문양에 짓눌리는 느낌마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