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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날씨는 맑음
예전에 사뒀던 색색깔의 털실들. 선물 드릴 곳도 있고 겨울도 다가와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만들었다. 컵워머는 몇 시간이면 만들 수 있는거라 쉬웠는데, 가디건은 쉬엄쉬엄 뜨긴 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좀 힘들었다. 덕분에 신림동에 있는 뜨개방을 몇 차례 왔다갔다 한. 겨울에 껴입을 수 있게 넉넉한 사이즈 하이넥에 무릎까지 오는 길이라 실이 꽤 많이 들어가서 17볼정도 사용했다. 니트나 셔츠 위에 단추 오픈하고 입으면 예쁘다. 음... 독일제 프리미엄 울이라 한 볼에 만원 가량이니 같은 디자인이면 사는게 더 쌀지도.. -_-;; 실 자체가 도톰하니 보드라운 재질이고 무게감도 심하지 않아서 겨울에 따뜻하게 입기 좋은 것 같다. :)
올해는 광고 문구가 무려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아이들이 빼빼로를 무더기로 가지고 왔다. ;;; 덕분에 하루종일 달달한 것들을 달고 있었더니 지금도 온 몸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ㅁ= 오늘의 달달구리는 누드 아몬드 오리지널 그리고 레어템인 딸기맛 Lohadi 치즈케이크랑 쿠키번 Auntie Anne`s Pretzel 아몬드&파마산 허브 BEZZLY Bakery&Deli 치즈스틱
겁이 났어요. 명우 씨한테 노은림이라는 여자는 혹시 먼 불빛이 아닐까 하고, 먼 불빛이라 아련하고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건 아닐까 하고, 한계령 가서 생각했어요. 나도 불쌍한데, 그 여자만 불쌍한 게 아니라 나도 불쌍한데, 다만 난 불쌍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어쩌면 사랑을 한다는 일이, 산다는 일이 사실은 훨씬 더 삼류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은 삼류소설 속에 구질구질한 삶의 실체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겨운 진실들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일류 소설처럼 정제되고 억제되고 그리고 구성이 뚜렷하여 인과 관계가 확실한 한 편의 드라마는 아닌 것이다. 사랑을 해 보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는 것보다 사랑을 해 보고 상처도 입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
나는 여권신장론의 투사는 물론 아니며, 여성의 권리나 의무에 대하여 아무런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옛날 내가 '계집아이'라고 정의되는 것을 거부했듯이 나는 현재 자기를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나였기 때문이다. ... 내가 누군가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고 느낀 건 내 인생에 있어 처음 있던 일이었어요. ... 사람이 지내는 순간을 통일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다. 가령 하나의 행동에 각 순간을 종속시킨다든가, 하나의 작품에 그것을 쏟아넣는다든가, 나의 경우는 내가 계획한 사업은 나의 생에 그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손에 그것을 꽉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두 개의 요구, 즉 행복할 것과, 세계를 나의 것으로 만들 것, 이것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낙천적인 나는..
내 생각에 한 사람의 개성이란, 각각의 사소한 차이점들의 조합일 것 같아. 그러니까 A란 사람은 단발머리+커다란 엉덩이+란제리 팬티+은희경 소설+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들+중앙일보 사설+위장병...등등이라면, B란 사람은 염색한 갈색의 긴 머리+유난히 작은 유방+컬러 팬티+신경숙 소설+왕가위의 영화들+동아일보 사설+근육질...등등인 거지. 이러한 조합은 거의 무한에 가까우므로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미세하게나마 서로 다른 사람인거야 바로 그거야. 그렇게 각자의 차이점이 고작 몇몇 유행의 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시되는 것은 돈이지. 우리나라 같은 경제 구조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은 돈이니까. 같은 값이면 돈 많은 상대를 택하지 않겠어? 돈 많은 신부감을 원해? 아니 그럼? 돈 ..
나는 '혼불'을 쓸 때, 저무는 동짓달 눈 내릴 듯 흐린 날씨의 적막함을 그리고자 문을 열고 공기를 사흘 동안이나 노려본 적이 있었다. 첫날은 버슬버슬 먼지같이 나와서는 겉돌던 창문 바깥 허공이, 둘째 날은 차분히 가라앉더니, 드디어 셋째 날 공기의 속갈피 속에서 정령 같은 푸른빛이 저절로 돋아나 이내처럼 일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 공기은 나의 정수리로 밀밀하게 흘러들어와 감기었다. 나는 인간과 자연과 우주와 사물의 본질에 숨어 있는 넋의 비밀들이 늘 그리웠다. 그리고 이 비밀들이 서로 필연적인 관계로 작용하여 어우러지는 현상을 언어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하여 섬세하게 복원해 보고 싶었다. 이 중에서도 나는 무엇보다 '느낌'을 복원해 보고 싶었다. 느낌이란 추상적이고 소모적인 것이어서 불필요하다고..
어떤 위대한 시인이 말하기를 사랑은 눈을 통해 들어온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암만 많이 보고 싶어도 이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 이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아름다우니까.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Ironweed) 中, 윌리엄 케네시-
한동안 참 많이 읽었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들. 그야 아직 우리는 젊었고,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난생 처음으로 여러 가지 드라마를 보았다. 사람과 사람이 깊이 관여하여 보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의 축적을 확인하면서,하나하나 알아가면서 4년을 쌓아갔다. 지금은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다. 하느님 바보. 나는 히토시를 죽도록 사랑했습니다. -달빛 그림자 그래.내가 할 수 있는 일있으면 말해, 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다만, 이렇게 밝고 따스한 장소에서, 서로 마주하고 뜨겁고 맛있는 차를 마셨다는 기억의 빛나는 인상이 다소나마 그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어란 언제나 너무 노골적이라서, 그런 희미한 빛의 소중함을 모두 지워버린다. -만월 中- 가끔,..
나는 연애하고 싶다. 남자에게 심각한 얼굴로 헤어지자고 한 뒤 술을 마시고 싶다. 같이 자자고 요구하는 남자에게 눈물만으로도 사랑을 확인해달라며 폼잡고 싶다. 누구든 애태우고 싶다. 누구도 내 환심을 사려 들지 않을 뿐더러 나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는다. 나는 하찮은 존재다. 나는 소박만 맞는다. 그이는 이제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조차 없다. 어떤 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안 쳐다보고 살 걸 남자들은 왜 이렇게 예쁜 여자와 결혼하려고 안달인지 몰라.나는 이제 얼굴을 밀어버리고 그냥 남들과 구별만 가게 '마누라'라고 써붙이고 있을게 라고.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사랑을 이루고 나니 이렇게 당연한 순서인 것처럼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는 화려한 비탄이라도 있지만, 이..
대화,강상훈,2008 십수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 둘과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술이 좀 오르자 두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몹시 상처 되는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건 친구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다음 날, 멀쩡한 정신으로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친구 하나도 치부를 건드리는 심한 말을 들었다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희한한 건 그 친구도 내가 상처 되는 말을 들은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 결코 범상치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지 각자가 들은 이야기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날의 가벼운 술기운만으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