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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날씨는 맑음
그가 전화를 해주었으면, 하고 기다릴 때가 있다. 나의 코끼리 이야기를 이해해주고 귀 기울이는 사람은 그밖에 없으니까. 나는 수화기를 붙잡고 코끼리 얘기만 갖고도 한 시간쯤은 수다를 떨 수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래도 보이는 게 있다. 이따금씩 집이 꿈틀, 움직일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아, 코끼리가 왔구나, 짐짓 생각하는 것이다. 방금 곁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질 땐 그냥 무덤덤하더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토록 설움이 북받치는 것이지. 나무를 베는 일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주 계획직인 일입니다. 우리들은 돌아오는 겨울이나 새 봄에 죽어야 할 나무들을 골라 동력 톱으로 껍질을 벗겨놓습니다. 미리 표시를 해두는 거지요. 멀리서 보면 표시를 해둔 나..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하루키의 글 중 하나.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하루키의 글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동화적인 앞부분이 아닌, 씁쓸함이 느껴지는 후반부이다. 처음 이 글을 책으로 읽었을 때는 도입부분을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100%의 완벽함이란 있을 수 없는 사람에게, 100%의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느낌만으로도 온전히 나를 충족시키는 그 혹은 그녀. 나 같은 경우는 좀 역설적이긴 하지만, '가끔은 바보가 되는 사람'이 100%의 남자아이일 것 같다.내가 그러하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로 끝나는 말을 건낸다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
아트앤스터디에서 인강을 듣기 시작한지 몇개월이 지났다. 회사를 다니면서 채워지는 과정 없이 스스로를 소비하는 것 같아 꽤 지쳐있었는데,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다. 이제 vip회원권을 끊어서 오프라인 강의들도 들을 생각이다. 매일 퇴근 후에 운동하고 강의 듣는 생활이 반복되니 생산적인 느낌이 들고 즐겁다 ^^ 종강될 때마다 필기한 것들을 이글루스에 올릴까한다. 아무래도 노트에 쓴 걸 다시 한번 정리해서 복습할 필요도 있고 온라인에 정리해 두면 나중에 이용하기도 좀더 수월할테니 :) 인강이다보니 좀 단절된 느낌도 없잖아서 아쉽기도하다. 같이 들으면서 토론하거나 스터디까진 아니더라도 의견을 나눌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아트앤스터디 홈페이지 안에서 수강생들간의 채팅방이나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도 괜..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창밖을 보다가 우연히 한 할머니께서 신호등을 건너시는 것을 보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신호등은 노인분들이 건너시기에는 너무 빨리 바뀌는데다가 요즘에는 몇초 지나지도 않아 알림등이 급속히 내려가 더 조급함을 유발시킨다. 어찌나 위태로워 보이시던지 숨가쁜 걸음으로 겨우겨우 길을 건너실즈음에야 내가 다 한숨을 내쉴 지경이었다. 그 다음에는 도로공사장이었는데 공사중이라 턱이 조금 높았다. 젊은 사람이라면 쉽게 올라가버릴 별 신경도 쓰이지 않을 길이었는데 정말 힘겹게..이리저리 낮은 곳을 찾다 힘겹게 올라가셨다. 아장아장 왠지 아기같은 .. 그러나 왜 그 모습이 그리도 처량해보이는지 괜히 우리 할머니도 저렇게 힘이 없어지셨을까봐 마음 한켠이 짠했다. 나도 나의 부모님도..그리고 내 주변의 ..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에... 아주아주 커다란 운동장을 가진 학교로 전학을 간적이 있었다. 그 커다랐던 운동장에는 길쭉길쭉한 나무들이 또 그렇게 끝도 없이 서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그 작은 키에 높다랗게 보이던 그 나무들이 얼마나 커보였는지 여름에는 그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좋아서 가을에는 나무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질때 그것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어느 친구의 말에 하염없이 하염없이 우리모두 그 아래에 서있었더랬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가을이 되어 커다란 잎들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 짙게 학교 전체를 감싸던 그 나무향들이다. 정말 말그대로 暗香(암향)이라 할만하다... 아침에는 흔히들 그렇듯이 청소를 했었는데 워낙 나무가 많았던 학교의 특성 상 그 나뭇잎들을 줍고 한데모아 후에 땅의 밑..
어렷을 적 나의 기억은 이제는 흐릿한 하나의 단상으로 남아있다. 특히 5살이전의 기억들은..더더욱 그렇다. 조금씩 생각나는 것들은... 좋아하지도 않는 가지를 할머니가 가꾸신 화단에서 그저 재미로 똑똑 따다가 혼났던 기억... (지금은 잘먹는다 ^^) 외가에 놀러갈 때마다 할머니가 쥐어주시던 펜과 종이로 열심히 공주며 동물이며 별들을 그렸던 손가락들.. 한동안 힘겹게 배우던 젓가락질 연습... 혀짧은 소리로 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귀가 발개져서 총각이었던 삼촌들과 싸우며 놀리며 그렇게 지냈던 날들.. 분에 못이겨 울던 날 번쩍 들고 나간 삼촌에게 듣던 무섭고 이상스럽던 동화들...반짝 거리던 가로등의 불빛들.. 유일하게 살았던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에서 뜰쪽에 있던 강아지가 무서워서 옥상에 올라갈때면 계단..
낭만적 사랑에서는 서로의 차이점이나 갈등의 요인들이 간과되고 축소된다. 낭만적 사랑의 관점에서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 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차이점이나 갈등이 있다 해도 소소한 것이거나 소소한 것이어야 한다. 그 결과는? 갈등이 커질수록 상대방이 진정한 영혼의 짝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되며 결국 관계는 깨지게 된다. 합류적 사랑이란, 기든스에 의하면 "자기 자신을 타자에게 열어 보이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고 사랑의 유대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이루어 가는 것이 합류적 사랑이다. 동물원은 '주체'와 '타자'와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사랑했던 우리. 나의 너, 너의 나,나의 나, 너의 너. 항상 그렇게 넷이서 만났지. 사랑했던 우리. 서로의 눈빛에 비춰진 서..
일찍 시작하는 과외 때문에 아침만 먹고 나와버려서 내가 좋아하는 갈릭허브스틱을 살 겸 기분좋은 제과점에 잠깐 들렀다. 기분좋은 제과점...은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몇주전쯤에 역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려고 들어간 빵집이었는데 계산대에서 지갑을 두고온걸 깨달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나오려고하는데 아주머니가 뜻밖에 나중에 돈을 갖다달라며 그냥 주셨다..;; 2천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단골도 아니고 처음보는 사람에게 선뜻 그렇게 믿음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알고있기에... 나에겐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가게된 그곳에서 늦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다른빵을 사면서 돈을 드렸더니 함박 웃음을 지으시면서 작은 치즈케이크를 커다란 케이크로 바꿔주셨다 >_
옆모습/ 안 도 현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 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 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오늘 안도현님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 안도현님의 시 중에는 사랑했었다는 말을 하지않겠다..는 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약간 두려워하는듯한?.. 왜그러신거에요?.. 저는 할 것 같은데..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건가요? - 사랑한다는 말 속에는 뭐라고 할까요 은유가 없는 것 같아요 은유가 없으니 그리움도 없고 울림도 없고.. 깊은 울림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