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시콜콜한 이야기 (1855)
언제나 날씨는 맑음
동글동글한 등 클래식한 의자가 예쁜 곳. 빈스앤베리. 듀나의 신간 읽으면서 샌드위치 먹기. 의자도 편하고 집근처라 학교 다닐 때는 시험공부 할 때 종종 갔었는데 이제는 거의 주말에 책 읽으러 ^^;
아트하우스 모모. 하이퍼텍나다,씨네큐브와 더불어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관 :) 예전에 집근처라 정말 자주 갔는데 요즘엔 좀 덜 가게 되서 이사 후에 가장 아쉬웠던... 혼자 봐도 부담스럽지 않고, 이대 캠퍼스 안에 있어서 다들 여유롭게 늘어져있거나 공부하는 분위기라 좋다. 일본의 카페 문화와 관련된 신간이 비치되어 있어서 훑어보는데 재밌었다. (사진을 보고 안 것. +나는 책장을 넘기기 전에 손가락에 온 힘을 주는 여자.... 어쩐지 책 오래보고 나면 엄지손가락 마디가 아프더라니;; +손톱 정말 짧게 깍는구나;;네일케어 따위;; =ㅁ=)
오랜만에 뭉친 날. 지영이 머리 자른다고해서 미용실 같이 가주고 ㅎ 일찍 도착해서 아직 다들 안 온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카페에 미리 들어가 있었다. 문자가 무음이라 확인을 못한;; 왜 안들어오냐며 -_-;; 이 날도 꽤 쌀쌀... 일기예보 믿고 얇게 입었다가 감기걸려서 헤어지고 나서 한참을 앓았다.
생모짜렐라&토마토 로메인 어린잎 샐러드. 깔끔하게 맛있다. 저칼로리.건강식 (발사믹이랑 올리브오일을 섞어서 유리로 된 오일병에 담고 지그재그나 일자로 한번에 뿌려줘야 깔끔하게 완성되는데, 담백하게 먹으려고 오일 없이 발사믹식초만 뿌렸더니 점성이 약해서 접시 옮기는 동안 소스가 번져버렸다.;;;)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 내가 말하건대, 국화는 꽃 중에 속세를 피해 사는 자요, 모란은 꽃 중에 부귀한 자요, 연꽃은 꽃 중에 군자다운 자라고 할 수 있다 -애련설 中 2009년도 구정즈음이었나. 다도를 한창 배우고 있었다. 기다림의 미학을 익히고 싶다거나. 나처럼 예쁜 간식류나 다기들에 흥미가 있으면 배워볼만 하다. 소담스러운 소품들이 하나하나 참 예뻤는데, 저 때는 '화중군자'인 연꽃을 띄워놓았었다. 그런데 예전에 꽃꽂이도 그랬고 다도도 ..
오후에 일도 있고 비가 많이 내릴 것 같아서 10시 개관에 맞춰서 갔는데 도슨트를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도슨트+오디오 가이드 두번씩 그림을 감상! >__
지난번 해물이 세일기간이길래 이것저것 많이 사왔다. 덕분에 어제는 굴튀김. 오늘은 꽃게탕이랑 굴보쌈. 맛있다. ^^
요즘 묵을 종종 만들어 먹고 있다. 올방개묵,청포묵,도토리묵,메밀묵... 맛이 다양해서 질리지 않는데다가 몸에도 좋은 ^^ 만드는 과정도 별로 어렵지도 않고 재밌다 ㅎ 케이크랑 푸딩 만들고 남은 녹차가루가 있어서 같이 넣었다 :) 시중에 파는 도토리묵 보다 훨씬 야들야들한 질감에 순한 맛. 탱탱한 연두부를 먹는 느낌이다. 1. 도토리가루+녹차가루:물=4:1 비율로 넣고 섞어준다. 2. 중불에서 저어주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불에서 15분정도 더 저어준다. 3. 점도는 주걱으로 떨어뜨렸을 때 주르륵 흐르지 않고 한두방울씩 뚝뚝 떨어지는 정도면 완성. 4.용기에 넣고 표면을 고르게 다듬어 준다. (케이크 만들 때 사용하는 스패츌러를 사용하면 편하다) 5. 실온은 9시간, 냉장고는 3시간 정도 굳힌다. 6.굳히기..
할머니가 허리 수술 하셔서 병원에 계신다. ㅠㅠ 죽이랑 같이 뭐를 사가야 하나 했는데 과일을 드시고 싶다고 하시길래, 좋아하시는 과일들을 손질해서 락앤락에 포장. 갈변현상 없는 과일들만 골라서 넣었다. 마땅한 밀폐용기가 없어서 마트에서 과일 사면서 같이 사왔는데 다행히 크기가 꽤 커서 한 칸에 과일 1,2팩정도가 들어갔다. 이정도면 한동안 맛있게 드실 수 있으실 것 같다. 내일 뵈러 가야지 :)
서리태를 사와서 두부랑 두유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별로 복잡하진 않은 '-' 처음 보는 검은색 비지랑 두부! 시중에 파는 두부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다더니 정말 사먹는 것보다 맛이 3,4배는 더 진하다. 두부랑 두유를 만들고 나면 생기는 비지로 찌개랑 전 부치기. 몸에 안좋은 밀가루 대신 백련초 가루랑 계란을 넣고 야채만 다져서 넣어서 담백하다. 현미밥에도 서리태를 넣고 건강식으로 먹기. :) (검은콩 사용했더니, 전이 탄게 아닌데 탄 것처럼 보임-_-; 백련초 가루 넣었더니, 비지전이 분홍색 동그란 햄 같음 ㅎ )
명절에 선물할 곳이 있어서 오랫만에 선물 포장. 어른들께 드릴거라 한지상자에 넣고 고운 천을 사용했다. 사진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각을 잘 잡아준 다음 귀퉁이 부분을 고무줄로 묶고 당고머리 할 때처럼 모양을 만들면 완성된다. :)
지난주에 뮤지컬 '오디션'을 본터라 오늘은 영화관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을 모티브로 가지고 온 연극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바로 예매해서 보고 왔다. 제목 때문에 설마 정치풍자극인가 하고 괜히 두근두근 -_-; 별 기대를 안했는데 공연장이 의외로 깔끔해서 좋았다. 보통 대학로 소극장 가면 화장실도 비좁고 좌석도 불편한데 여긴 비교적 쾌적한.. :) 이 작품은 쥐 유랑 연예극단 '천축일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처참한 전쟁의 상황도 잘 말해주는 동시에, 공연 속 서유기는 참 웃기고 재미나게 표현했다. 올해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이라더니. 짜임새 있게 잘 만든 연극이다 싶었다. 다시 보고 싶은 >_
오이디푸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략적인 스토리는 한번쯤 들어봤을만큼 유명한 비극이다. 어릴적에 뭐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이 다 있지 했었다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바뀌었던 소포클레스의 작품.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극찬한 바 있는 이 비극을 현대극으로 재현한 것이 연극 '오이디푸스'이다. 1월에 있었던 공연을 못 보고 지나가서, 너무 아쉬웠는데 11월에 앙코르 공연을 한다고 해서 바로 예매한 작품. 지난 공연 때 워낙 호평 일색이었던 작품인데다가, 국립극단의 창단 기념작이니 만큼 한태숙 연출가가 그대로 연출해서 기대가 컸었다. 무대공간을 크게 두개로 나눠서, 서사가 진행되는 중앙과 우측벽을 활용해서 그림..
올해 GMF는 라인업이 너무 좋아서, 계획 짜기도 힘들었다. 뭘 포기하고 뭘 봐야할지 결정을 못할 정도로 다 좋아하는 가수들 ㅠㅠ 공연 보는 내내 날씨가 너무 좋고, 하늘에 구름이 몽글몽글 참 맑고 예뻐서 기분이 상쾌했다. 소풍온 느낌으로 잔디밭에 앉아서 만들어간 도시락 맛나게 먹고 치즈에 맥주랑 와인 마시면서 공연 보니 시간이 휙휙 지나가서 어느덧 밤.. 델리스파이스 보고 이적을 끝으로 집에 왔다. Daybreak 때부터 뛰고 소리지르고 했는데 마지막 공연에서 남은 힘도 다 써버려서 기진맥진.=ㅁ= 가는 길에 기념품 샵에 들려서 cd들이랑 이것저것 샀는데, 한동안 계속 이 cd들만 틀어놓을 것 같다. :) 이번 주말에 너무 잘 놀아서 기분이 좋다 내년에 또 가야지! ^^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책인데, 도저히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서 대출 목록을 뽑으려고 하는데 로그인이 안되서 당황했다. 처음에는 비번을 잊어버린 줄 알고 중도에 전화를 했더니, 졸업생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한단다. 졸업하고 중도 사이트에 로그인할 일이 없어서 몰랐다; 다행히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고 해서 기뻤다! 담당자분이 매우 친절하신 :) 맘에 드는 책을 쑥쑥 뽑아서 쌓아놓고 공강시간을 이용해서 쭉 보곤 했었다. 전공수업을 듣는 건물에서 중도까지 오르내리는 게 불편해서 대출은 다른 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많은데 그래도 4년치를 모으니 꽤 되는구나.
逍徊 한가롭게 돌면서 유유자적하고 싶은 마음에 소회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참 예쁘게 생겼다. 더 추워지기 전에 어서 타고 다녀야지 :)
약속이 연달아 잡히다 보니 본의아니게 카페 순례. 싯따에서 수다 떨다 신촌으로 이동 카페카페 들어가서 햄버거를 먹었다. Bon Appetit! :) 숨도 7층에서 인문학 강좌 듣고 싯따에서 쭉 앉아 책을 읽었다. 여긴 베이커리 메뉴가 의외로 충실하게 갖춰져 있고 맛도 괜찮았던.. 샌드위치랑 케이크 외에도 카스테라,타르트를 판매해서 간단하게 식사하면서 책 보기 좋았다. 우린 바나나타르트랑 산딸기타르트! +맥주잔 같은 아메리카노 대학가에 서점들이 사라지는 대신, 북카페들이 하나둘씩 그 공백들을 메워가는 것 같다.
예전에 사뒀던 색색깔의 털실들. 선물 드릴 곳도 있고 겨울도 다가와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만들었다. 컵워머는 몇 시간이면 만들 수 있는거라 쉬웠는데, 가디건은 쉬엄쉬엄 뜨긴 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좀 힘들었다. 덕분에 신림동에 있는 뜨개방을 몇 차례 왔다갔다 한. 겨울에 껴입을 수 있게 넉넉한 사이즈 하이넥에 무릎까지 오는 길이라 실이 꽤 많이 들어가서 17볼정도 사용했다. 니트나 셔츠 위에 단추 오픈하고 입으면 예쁘다. 음... 독일제 프리미엄 울이라 한 볼에 만원 가량이니 같은 디자인이면 사는게 더 쌀지도.. -_-;; 실 자체가 도톰하니 보드라운 재질이고 무게감도 심하지 않아서 겨울에 따뜻하게 입기 좋은 것 같다. :)
올해는 광고 문구가 무려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아이들이 빼빼로를 무더기로 가지고 왔다. ;;; 덕분에 하루종일 달달한 것들을 달고 있었더니 지금도 온 몸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ㅁ= 오늘의 달달구리는 누드 아몬드 오리지널 그리고 레어템인 딸기맛 Lohadi 치즈케이크랑 쿠키번 Auntie Anne`s Pretzel 아몬드&파마산 허브 BEZZLY Bakery&Deli 치즈스틱
겁이 났어요. 명우 씨한테 노은림이라는 여자는 혹시 먼 불빛이 아닐까 하고, 먼 불빛이라 아련하고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건 아닐까 하고, 한계령 가서 생각했어요. 나도 불쌍한데, 그 여자만 불쌍한 게 아니라 나도 불쌍한데, 다만 난 불쌍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어쩌면 사랑을 한다는 일이, 산다는 일이 사실은 훨씬 더 삼류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은 삼류소설 속에 구질구질한 삶의 실체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겨운 진실들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일류 소설처럼 정제되고 억제되고 그리고 구성이 뚜렷하여 인과 관계가 확실한 한 편의 드라마는 아닌 것이다. 사랑을 해 보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는 것보다 사랑을 해 보고 상처도 입는 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
나는 여권신장론의 투사는 물론 아니며, 여성의 권리나 의무에 대하여 아무런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옛날 내가 '계집아이'라고 정의되는 것을 거부했듯이 나는 현재 자기를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나였기 때문이다. ... 내가 누군가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고 느낀 건 내 인생에 있어 처음 있던 일이었어요. ... 사람이 지내는 순간을 통일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다. 가령 하나의 행동에 각 순간을 종속시킨다든가, 하나의 작품에 그것을 쏟아넣는다든가, 나의 경우는 내가 계획한 사업은 나의 생에 그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손에 그것을 꽉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두 개의 요구, 즉 행복할 것과, 세계를 나의 것으로 만들 것, 이것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낙천적인 나는..
내 생각에 한 사람의 개성이란, 각각의 사소한 차이점들의 조합일 것 같아. 그러니까 A란 사람은 단발머리+커다란 엉덩이+란제리 팬티+은희경 소설+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들+중앙일보 사설+위장병...등등이라면, B란 사람은 염색한 갈색의 긴 머리+유난히 작은 유방+컬러 팬티+신경숙 소설+왕가위의 영화들+동아일보 사설+근육질...등등인 거지. 이러한 조합은 거의 무한에 가까우므로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미세하게나마 서로 다른 사람인거야 바로 그거야. 그렇게 각자의 차이점이 고작 몇몇 유행의 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시되는 것은 돈이지. 우리나라 같은 경제 구조에서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은 돈이니까. 같은 값이면 돈 많은 상대를 택하지 않겠어? 돈 많은 신부감을 원해? 아니 그럼? 돈 ..
나는 '혼불'을 쓸 때, 저무는 동짓달 눈 내릴 듯 흐린 날씨의 적막함을 그리고자 문을 열고 공기를 사흘 동안이나 노려본 적이 있었다. 첫날은 버슬버슬 먼지같이 나와서는 겉돌던 창문 바깥 허공이, 둘째 날은 차분히 가라앉더니, 드디어 셋째 날 공기의 속갈피 속에서 정령 같은 푸른빛이 저절로 돋아나 이내처럼 일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 공기은 나의 정수리로 밀밀하게 흘러들어와 감기었다. 나는 인간과 자연과 우주와 사물의 본질에 숨어 있는 넋의 비밀들이 늘 그리웠다. 그리고 이 비밀들이 서로 필연적인 관계로 작용하여 어우러지는 현상을 언어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하여 섬세하게 복원해 보고 싶었다. 이 중에서도 나는 무엇보다 '느낌'을 복원해 보고 싶었다. 느낌이란 추상적이고 소모적인 것이어서 불필요하다고..
어떤 위대한 시인이 말하기를 사랑은 눈을 통해 들어온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암만 많이 보고 싶어도 이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 이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아름다우니까.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Ironweed) 中, 윌리엄 케네시-
한동안 참 많이 읽었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들. 그야 아직 우리는 젊었고,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난생 처음으로 여러 가지 드라마를 보았다. 사람과 사람이 깊이 관여하여 보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의 축적을 확인하면서,하나하나 알아가면서 4년을 쌓아갔다. 지금은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다. 하느님 바보. 나는 히토시를 죽도록 사랑했습니다. -달빛 그림자 그래.내가 할 수 있는 일있으면 말해, 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다만, 이렇게 밝고 따스한 장소에서, 서로 마주하고 뜨겁고 맛있는 차를 마셨다는 기억의 빛나는 인상이 다소나마 그를 구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어란 언제나 너무 노골적이라서, 그런 희미한 빛의 소중함을 모두 지워버린다. -만월 中- 가끔,..
나는 연애하고 싶다. 남자에게 심각한 얼굴로 헤어지자고 한 뒤 술을 마시고 싶다. 같이 자자고 요구하는 남자에게 눈물만으로도 사랑을 확인해달라며 폼잡고 싶다. 누구든 애태우고 싶다. 누구도 내 환심을 사려 들지 않을 뿐더러 나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는다. 나는 하찮은 존재다. 나는 소박만 맞는다. 그이는 이제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조차 없다. 어떤 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안 쳐다보고 살 걸 남자들은 왜 이렇게 예쁜 여자와 결혼하려고 안달인지 몰라.나는 이제 얼굴을 밀어버리고 그냥 남들과 구별만 가게 '마누라'라고 써붙이고 있을게 라고.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사랑을 이루고 나니 이렇게 당연한 순서인 것처럼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는 화려한 비탄이라도 있지만, 이..
대화,강상훈,2008 십수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 둘과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술이 좀 오르자 두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몹시 상처 되는 말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건 친구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다음 날, 멀쩡한 정신으로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친구 하나도 치부를 건드리는 심한 말을 들었다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희한한 건 그 친구도 내가 상처 되는 말을 들은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밤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 결코 범상치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지 각자가 들은 이야기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날의 가벼운 술기운만으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