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시콜콜한 이야기 (1875)
언제나 날씨는 맑음
내가 아끼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공간. 이렇게 마주앉아서 이야기 하다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스르륵 풀려나간다. 스칼렛은 언제나처럼 맛있고, 대화는 즐겁다. 내가 추천해서 데리고 갔는데, 다들 좋아해줘서 기뻤다. ^^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겼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학교에서 그릇이라 배웠지만 어머니는 인생을 통해 그륵이라 배웠다 그래서 내가 담는 한 그릇의 물과 어머니가 담는 한 그륵의 물은 다르다 말 하나가 살아남아 빛나기 위해서는 말과 하나가 되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말을 만드셨고 나는 사전을 통해 쉽게 말을 찾았다 무릇 시인이라면 하찮은 것들의 이름이라도 뜨겁게 살아있도록 불러 주어야 하는데 두툼한 개정판 국어사전을 자랑처럼 옆에 두고 서정시를 쓰는 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천명관은 '고래'로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인데, 요 몇년간 주로 인문사회서적 위주로 읽었던 탓에, 04년도에 나온 소설을 이제야;; 읽는 내내 정말 입심이 대단하다는 감탄이 저절로 터져나온다. 이 작품은 만연체에 변사를 연상시키게 하는 내러티브를 취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서 옛날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마치 백년동안의 고독이나 한국구비문학대계를 뒤적일 때와 비슷한 느낌. 같은 이야기도 그것을 전달하는 구술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질텐데, 이 작품은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고구마를 까먹으며 듣는 아련함 보다는 입심 걸한 옆집 할아버지를 통해 듣는 거침없음과 장대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전근대-근대-탈근대를 각각 상징하는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3대의 여성사를 다루..
해바라기씨랑 호두, 참기름,통깨,파,마늘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 비빔용 오징어젓갈! 갓 지어서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간단하게 한 끼가 해결된다. :) -견과류 비빔오징어젓갈 -고추장감자국 -자몽샐러드 -오이더덕무침 -애호박 두부조림
'돼지의 왕'은 영화 '파수꾼'처럼 교실 내 권력구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애니메이션 고유의 표현력으로 매우 강한 흡입력을 내뿜는 작품이다. 성인 애니메이션답게 학교현실을 냉혹하게 비틀고 재배치시켜서, 돈과 힘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국내 독립 애니메이션, 게다가 연상호 감독의 첫장편데뷔작인데도, 과감한 전개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결국 칸 초청받은 ㅎ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정작 영화의 주된 인물로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이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영화 개봉시기를 놓쳐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특별상영을 할 때 보고왔었는데 오프닝과 엔딩이 한동안 잔영으로 남을만큼 강렬한 작품이었다. '돼지의 왕'의 오프닝은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범죄영화에 더 가까워 보..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큐브릭의 영화 중 가장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꽤 직설적인 비틀기를 사용한데다가 정극연기라 더 웃긴 대사들 때문에, 오래된 영화지만 지루한 느낌 없이 재밌게 봤다. 정신나간 리퍼 장군에 의해 잘못 내려진 소련 핵폭탄 투하 명령, 전쟁상황실에서의 긴박한 대화, 미소간의 첨예한 갈등이 주된 내용인데도 분위기는 깨알 같은 언어유희와 풍자가 난무한다. 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상호확증파괴 전략이다. 상호확증파괴는 적의 핵공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종말병기가 작동되는게 하면, 파멸을 막기 위해 서로가 전쟁을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핵의 전쟁억지력을 주장하는 전략인데 실제로 미소냉전시대에 채택된 바가 있다. 이 작품은 (종말병기의 오작동이나 어떤 정신병자에 의한 종말병기 작..
진아 생일이라 코엑스에 갔다가 방문한 카발로 비앙코 여기 예전부터 계속 가자가자 했었는데 오늘에야 고고씽. 해가 짱짱한데 생일이라고 와인 시켜 놓고 낮술을 ㅎ 그동안 밀린 이야기가 산더미. 푸아그라는 강한 향 때문에 사실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여긴 상큼한 소스와 함께 곁들여서 먹기 무난했다. 음식 하나하나가 참 예쁘고 건물이며 테라스가 분위기 있어서 소개팅 하시는 분들이 많을 듯. 이건 생일 선물이랑 같이 주려고, 미리 만들어 놓은 수제비누 :)
UCC 광고에 이런 문구가 있다. “나는 나쁜 남자 감별법을 알려주는 UCC를 알아요”. 나쁜 남자(혹은 여자) 매뉴얼이 있어서, 그런 사람을 피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문제는 어떤 유형이 나쁜 남자인지 판단이 어렵고, 어차피 상처는 (상대방의 문제와 무관한 나의/사회의)해석이라는 데 있다. 고통과 저항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을 전복하는 감동의 명화 에는 주인공이 사랑한 네댓 명의 남자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최악이다. 폭력과 알코올은 기본. 다른 남자랑 자게 하고 돈벌어 오라며 성매매를 강요하고 여자 앞에서 자살하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이 중 누가 제일 나쁜 남자일까? 생각해보았다. A를 떠올리는 데 몇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 남자는 지금 생각해도 열불이 나는데, 자기가 욕망하는 남자와 자신을..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센스 있는 포스터. 지금 나오는 어지간한 것들 보다 깔끔하고 임팩트 있다! ^^ 이 작품은 시계태엽오렌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더불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미래3부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 때문에 예상보다 두배 이상 길어진 제작기간과 제작비 그리고 감탄할만큼 세세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실제로 외계인이 나타나면 리얼리티가 깨져 망할까봐-_-; 추가로 플롯을 구성하고 보험까지 들려고 했던 큐브릭 감독의 집착은 워낙 유명해서,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엄청 힘들었을게 눈에 선하다. '미래형 화장실의 수칙 10계조' 같은 쓸데 없는 고퀄이라든가, 무중력상태의 우주선을 거의 완벽하리만큼 구연한 것 등은 감탄을 자아내는 >_< (제임스 카메론이 왜 이게 잘못됐는지 화내면서 재촬영을 하는 스타일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 가끔 타 게시판의 글을 원작성자의 허락도 없이 그냥 가져와서 사용하는 걸 너무 많이 본다. 단순히 인용이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원작성자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샷까지 해가면서 공개적인 타게시판에 올리는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이건 무슨 마녀사냥도 아니고. -_-;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불합리함에 대한 울분이 인터넷만 하면 터져나오는건지. 문제는 이걸 왜 개인적인 차원에서 단죄하려고 하냔말이다. 그 넘치는 에너지로 정말 화내야 할 일에 제대로 화를 내던가. 예수가 그랬던가. 너희 중 죄 없는 자만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도덕이나 양심의 잣대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불법적인 일이 아닌 이상 그것을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이번 달은 거의 이런저런 공연들 다니느라 꽤 길게 지나간 것 같다. 5월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 음..일단 락페스티벌을 지향하고 있어서 GMF 보다 꽤 강렬한 곡들이 많았는데, 하지만 정체성이 살짝 모호한 느낌이다. 게다가 환경페스티벌이라고 내걸었지만,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한데다가 배달음식도 허용되었고 딱히 규제하는게 없었던 '-'a 라인업은 일단 꽤 맘에 들었다. 비가 계속 간간히 내려서 약간 난감했던. =ㅁ= 써니제이와 민트그레이로 몸을 풀고, 델리스파이스까지 쭉 들었다. 어떻게 시간이 안맞아서 혼자 갔는데, 다행히 뒤늦게 다들 모여서 합류 ^-^ 선배 한명은 연구실 일이 늦게 끝나서 못오나 했는데, 예정보다 빨리 왔다. 회사가 상암쪽이라 다행 :) 박완규씨는 머리결이 찰랑찰랑...
오랜만에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를 봤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미 화제가 됐었고, 독특한 오프닝에 대한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이 영화는 칸영화제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트리 오브 라이프'와 여러모로 비교가 되는데 특히 두 작품 모두 잘 짜여진 이미지의 향연을 보여준다. '트리 오브 라이프'가 생명체의 탄생에 대한 웅장한 영상을 보여준다면, '멜랑콜리아'는 종말에 대한 은유로 넘쳐난다. 또한 말러, 브람스, 스메타나, 바흐 등의 클래식 음악을 영리하게 사용했던 '트리 오브 라이프'처럼 멜랑콜리아도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작품 전체를 압도한다.'트리스탄코드'라고 불리는 바그너의 G# 주도의 반음계적 화성진행으로 ..
1. 상처에 대하여... '데미지'는 거친 섹스와 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 묘사, 그리고 의도적인 자기 파괴가 아슬아슬하게 섞여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자극적인 소재에 비해 전개는 꽤나 스피디하고 간결하다. 촘촘하게 짜여진 개연성 따위는 주인공 시점으로 건너뛰었고, 꽤 심한 비약으로 인한 빈구멍을 독자가 찬찬히 상상과 추리로 채워넣어야 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아주 성공적인(Very Successful)'인데 영화 '데미지'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소설이라, 아마 국내 출판 때는 원제를 버리고 '데미지'라는 제목으로 사용한 것 같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고 핵심적인 대목을 꼽자면 'Damaged people are dangerous'이다. '한비자'에는 전설 속 영물에게도 특별한 상처가 있..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커팅해 놓은 파인애플이랑 자투리 야채들 넣고 탕수육을 조금 만들었다. 몇조각 안되는 양이라, 애들 소꿉장난 하는 느낌으로 금방 완성! 결론적으로, 오늘의 식사. 견과류 넣은 야채 샐러드 구운 단호박 오렌지+딸기+양배추 주스 파인애플 탕수육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오랜만에 돼지불고기랑 계란장조림. 양파랑 채소는 언제나 듬뿍듬뿍 :) 불고기 먹을 때 양파랑 가지 구워서 곁들여도 좋은데, 오븐에 구울 시간이 없어서 그냥 패스. 맛있게 잘 먹었다. ^-^ 덧1) 고기나 생선요리는 외출 하기 전에 만들게 되면. 혹시나 음식 하면서 몸에 냄새가 배었을까봐 바로 샤워.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지오마 바디스크럽은 진리! 정말 피부결이 보들보들 아기 같아진다. 바닐라향도 좋고 >_
평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물건을 팔거나 연설을 하기에 적절한 인구 밀도, 승객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약자석은 넉넉하고 한두 사람이 서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앉은 사람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류의 기기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종이매체, 신문도 아니고 사전만한 두꺼운 책을 든 ‘옛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조용해서 책읽기엔 좋았다. 커피숍, 버스 정류장, 식당, 심지어 눈앞에 스크린이 펼쳐지고 있는 극장에서도 비슷한 풍경과 자주 만난다. 이제 휴대 가능한 작은 컴퓨터는 도구를 넘어 몸의 연장(延長)으로서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문구로 유명한 1964년 마셜 맥루한의 걸작, 의 부제는 “몸의 확장(extensions)”이었다. 나는..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피곤해서 누웠는데 생각나는건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두부 1kg 사놓고 며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자기 직전에 발견해 버렸다(..) 결국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게 된 심야의 요리. 심야식당이 아닌 심야부엌. 달밤의 요리 정도 되겠다. 두부와 관련된 가장 클래식한 향수라면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겨울의 어느 새벽 혹은 미역냄새가 나는 바람이 향긋한 여름밤을 찰랑찰랑하게 흔들어 놓는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 요즘엔 보지 못하는 광경이지만 어릴 적에는 가끔 메밀묵이며 두부, 찹쌀떡을 파는 아저씨가 오셔서 엄마를 졸라서 찹쌀떡을 사먹곤 했는데 그떄마다 돌아오는 엄마의 손에는 따끈하고 넉넉한 모양의 하얗고 뽀얀 두부가 들려있었다. 그래서 두부요리를 할 때는 항상 그 밤의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김이 나는 두부에 달래..
친구가 에코백 산다고 들어간거였는데, 너무 예뻐서 지나치질 못하고 한참 구경했다. 얘들이 이제 그만 다른 코너로 가자고 질질 끄는데 아아 꽃이다 꽃! 하면서 결국 저기로 팔랑팔랑 ^^:;
토르,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닉 퓨리, 호크 아이,블랙 위도우,로키 마블스의 각종 영웅들 총 집합. 그래픽 노블에서 보던 인물들이 다들 능력과 행동반경이 달라서 전체적인 조망이 확대와 축소를 반복해서 역동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영화. 개인적으로는 다른 잡다한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폭발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헐크가 가장 맘에 들었다 ㅎ 톡톡 튀는 대사에 깨알 같은 재미. 아이맥스 3D로 보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세상에서 나 혼자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똑같지만,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라는 재밌는 상상력을 전제로 만들어진 영화. 소재의 특이성을 생각하면 그리 잘 빠진 영화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영국식 코메디와 기발한 발상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이다. 비만에 실직, 못생긴 외모로 우울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거짓말을 발명하게 되고 부와 명예를 모두 얻게 된다. 얼떨결에 천국과 신의 존재까지 창조해내 버린 주인공. 그런데 이게 현실을 꼬집는 내용들이 묘하게 엿보여서 흥미롭다. 니체는 영원회귀를 통해 오늘의 삶이 내일도 반복되니 오늘을 최대한 행복하고 가치 있게 살기를 권고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적인 삶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하게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