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시콜콜한 이야기 (1875)
언제나 날씨는 맑음
2004년에 있었던 태국의 쓰나미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로 실제로 한 스페인 가족이 당시에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던 중 갑자기 마주하게 된 자연재해 이 고난의 순간을 겪어낸 사람들의 모습과 쓰나미로 인해 헤어졌던 가족들의 재회를 그리고 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너무 뻔한데다가, 기존의 재난영화와 별다를게 없어보여서 사실 흥미가 생기지 않았는데 연일 호평이라 보러가게 되었다. 결론은 만족. :)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실화기반의 영화라는 것. 때문에 재난영화에서 흔히 그렇듯이, 영웅놀이하는 사람도, 오버하며 미친 짓을 하는 사람도 없다 -_-; 세상이 끝나는 재난이 아니라, 갑자기 밀어닥친. 하지만 며칠 이내로 어느정도 수습이 된 자연재해기 때문에 인류문명을 재건한..
아르고는 1979년에 있었던 이란의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벤 애플렉이 주연과 감독 모두를 맡았는데, 근래 봤던 영화 중 가장 재밌게 봐서 어쩜 연기도 잘하고 영화도 잘 만들었나 감탄을 =ㅁ= 처음에 미국 패권주의에 맞춘 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오히려 초반에 이란에 이 많은 성난 군중들이 생긴 이유가 미국의 정치적 야욕에 있었음을 밝히고 있어서 처음 부분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입장에서 보면 성공적인 인질구출이었지만, 이란에게는 뼈아프고 수치스러운 사건일 수 있는데 (물론 지극히 미국적이긴 하지만) 비교적 균형잡힌 시선에서 담담하게 사건을 비춰서 보는 동안 크게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다. 이란의 석유를 탐낸 미국은 이란의 마지막 군주이자 탐욕스러운 왕이었던 ..
영화관에서 개봉했을 때, 호평과 혹평이 아주 극명하게 갈렸고 징그럽다와 감탄이 나온다도 함께 터져나왔던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시리즈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나는, 단순히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영화..결국 해를 넘겨서야 봤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고 그렇다고 혹평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삭제된 14분이 너무나 중요한데, 도대체 이걸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빼버린건지 -_-; 영상효과는 좋고, 계속 긴장감을 조성해 지루한 편도 아니다. 우주를 홀로그램으로 표현한 장면은 정말 감탄이 나와서, 과학전시관에서 우주체험을 이런 식으로 하면 정말 좋겠는걸! 하고 생각한. 징그럽고 잔인하다는 평도 꽤 있었는데, 난 쏘우3랑 악마를 보았다는 보다가 포기해버..
스코틀랜드 어딘가의 왕국의 공주 메리다. 붉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만큼 자유분방하고 천방지축인 아가씨이다. 특기는 활쏘기. 말타기. 뭔가 굉장히 전형적인 말괄량이 공주인데, 내용도 그에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다소 지루했다. 픽사가 아닌 디즈니에서 만든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인물들 자체는 따뜻하고 유쾌하고, 캐릭터 표현도 사랑스러우며 노래도 흥겹다. 문제는 인물들의 언행에 별로 공감이 안돼서, 좀 짜증이 났..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왕족인데 공주랑 왕비가 함께 없어져도 하루종일 없어진 것도 모르고 엄마가 자기 때문에 무려 가문의 적인 '곰'으로 변했는데 괜찮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며 쿨하게 -_-; 더 당황스러웠던건, 세 동생마저 곰으로 변했는데 이건 아빠나 엄마조차 아무도 신..
보통 아침은 과일+요거트를 먹거나 차 한잔 마시고, 점심이나 저녁 중 한끼는 든든하게 제대로된 식사로, 한끼는 고구마+두유나 바나나+두유를 먹는다. 아무래도 직장에 있을 때는, 간단하게 먹을 때가 많은데,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차려먹었다. 비지찌개+메추리알장조림+김+두부조림+소세지랑 홀그레인머스터드 미리 만들어놓은 반찬이 좀 있어서, 두부만 새로 부쳐서 양념장에 조리고 그동안 소세지를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오랜만에 저녁에 집에서 이렇게 먹으니까, 엄마가 그렇게 수없이 많이 차려줬던 저녁상이며 도시락 생각도 나고 기분이 이상하다. ^^:
지난번 두부마을에 갔다가 공짜로 가져온 비지로 찌개를 만들었다. 김치랑 고기 참기름에 달달 볶고, 멸치,다시마 육수 내서 끓이다가 비지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끝! 나머진 계란후라이+ 두부부침+소세지랑 홀그레인 머스터드 비지찌개는 먹고 나면 항상 든든해서, 하루종일 배부르다. :)
어제 바지락이랑 감자를 사온 김에 만든 해물 수제비. 으슬으슬 추운 날이나 목감기 걸린 날 먹으면 매끄럽고 뜨끈해서 좋다. 애호박+두툼하게 썬 감자+새우+바지락+홍고추+파+새우젓+참치액 +(멸치+다시마+건새우-육수만 내고 버림. 너무 오래 끓이면 미끄덩하고 씁쓸해진다) 수제비피를 보통 사서 쓰는데, 냉장고를 뒤져보니 없어서ㅠ 우리밀로 반죽해서 최대한 얇게 띄웠다. 김이랑 계란 넣을까 하다가, 깔끔하게 먹고 싶어서 패스. 잘 익은 김장김치랑 맛있게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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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들. 빛을 받은 강이나 바다. 그리고 자연의 전원적인 풍경들. 그냥 프린트된 이미지만 본다면, 너무 흔하게 보여서 촌스럽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 도판에 실린 이미지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인상주의 그림들이고, 섬세하게 변해가는 빛살에서 오는 감동을 감각적으로 선사해 주는 것도 이것이다. 한가람미술관 전시에서 좋은 기억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바티칸전은 진품이 거의 없다는 얘길 듣고 일찌감치 제쳐버렸고, 밀리면서 보기 싫어서 반고흐전도 방학이 끝난 평일오전에나 찾아갈 생각이었다. 사실 미국 인상주의전도 더 늦게 보려고 하다, 지킬앤하이드를 보면서 겸사겸사 보려고 예정보다 더 일찍 감상하게 되었다. 마감 3시간전인가에 들어가서 인파가 몰릴 상태가..
지킬앤하이드는 몇년 전에 조승우 버전으로 보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볼까 해서 예매. 회사 통해 20% 할인 받아서 좋았다 ㅎ 그간 캐스팅이 바뀌어서 살짝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적어도 좌석 때문에 짜증날 일은 없겠다 싶어서 안도를... 지킬앤하이드는 vip석 없이 r석부터 시작. 사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홀 음향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라서 2층 4,5열까진 별 무리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자리는 2층 중앙1열인데, 혹시나 해서 오페라 글라스를 빌렸다. 하지만 역시나 그냥 봐도 잘 보여서 거의 사용안함 '-';;; (오페라 글라스 기능이 딱히 좋지 않으니, 대여하지 말 것을 권유) 윤영석-선민-이지혜 캐스팅으로 감상했는데, 양준모 공연을 보고 싶었..
오늘은 예술의 전당에서 하루종일 보내기로 한 날. 예약해뒀던 식당에서 바로 만나서 식사하고 뮤지컬 보러 고고씽. 집앞에서 버스를 타면 한번에 도착해서 편하다. 예술의 전당 근처에 있는 상점에서 잠깐 구경했는데, 심술보 스페인제 립밤 선물받음! 8천원인데, 양도 많고 익살맞은 용기가 매력덩어리 :) 지킬앤하이드 보고 바로 미국인상주의전 봤더니, 보고 난 뒤에 너무 지쳐서 한참 앉아있었음. 토일 연속으로 돌아다녔더니 피곤하긴 한데, 대도록 내용도 충실하고 전시 자체도 알차서 기분 좋았다 :) 저녁은 예술의 전당 건너편에 있는 산내음. 여기 정말 좋아하는 식당 >_
중남미 현대미술전-하바나, 열정을 말하다. 인사동 아라 아트센터에서 2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다. 요즘 너무 바빴어서, 오늘은 좀 느긋하게 쉬자 했는데 확인해보니 티몬 티켓사용기간이 1월까지라 급히 인사동으로 향했다. >__
엄청 배고픈 상태로 만나서 바로 식사하러 가기로. 간만에 사찰음식이 땡겨서 조계사 맞은편에 있는 발우공양에 가려 했으나, 토요일은 예약필수라 실패 ㅠ 인사동에 왔는데 파스타류는 먹기 싫어서, 대안책으로 손두부집에 갔다. 오늘은 서까래 있는 건물만 다녔네 ㅎ 한옥풍 건물인데, 내부공간이 커서 테이블 간격이 여유롭고 좌식으로 된 곳은 바닥이 뜨끈뜨끈. 여름엔 일반 테이블, 겨울은 좌식테이블로 간다 ㅎㅎ 아주머니들도 친절하신 편 ^^ 24000원짜리 보쌈정식을 시키면, 기본 반찬들과 함께 청국장(순두부,된장찌개,불고기로 교체가능), 두부보쌈,콩비지찌개가 나온다. 반찬 하나하나가 맛깔스러워서 모두 다 먹고 나오는 :) 두부를 직접 만드는 곳이라, 냉장고에 콩비지가 쌓여있는데 무료로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어서 한..
인사동에 가면 항상 들르는 곳 중 하나. 다원 맞은편 건물이 개성식 만두전문점 궁이라서 식사 전후에 바로 오기 좋다. :) 이곳도 이제 이런저런 프렌차이즈들이 점령해 가고 있는데, 그래도 정감 가고 계속 찾게 되는 곳은 이렇게 한옥으로 된 고즈넉한 곳이다. 식당도 찻집도 미술관도. 모두 서까래와 창호지를 간직하고 있어서 반갑다, 경인미술관 내에 있는 한옥 안채 중 하나를 통째로 카페로 사용하고 있는데, 겨울이라 구들장에서 발을 녹이고 있었지만 여름엔 넓은 정원에서 전통차를 마시는 것도 너무 즐겁다. 마루바닥에 숨어있던 고양이를 찍었는데 어두워서 잘 안나왔네. :) 경인미술관에서 항상 전시를 보고 들어갔었는데, 이번엔 별다른 전시가 없어서 그냥 차만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오늘의 주문메뉴는 식혜랑 쌍화차...
인사동 개성만두집. 궁宮 원래 80년 전통이었는데, 할머님이 돌아가셔서 30년 전통으로 간판이 바뀌었더라^^: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따뜻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어서, 이런 겨울에 가면 좋은 :) 닭도리탕 먹으러 계림에 갈까 했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다원에 있다가 바로 이곳으로 왔다ㅎ 두부보다 고기와 부추, 숙주나물의 비율이 높은 만두인데 느끼하지 않고 잡내 없이 깔끔하다. 고기만두전골은 하얀 국물, 김치만두전골은 빨간 국물인데, 오늘은 고기만두전골을 시키고 맵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청양고추를 넣어주셔서 약간 칼칼하게 먹었다. 전골 속에 들어있는 쇠고기도 좋은 부위를 써서 아주 진한 맛이라, 먹다보면 편육도 팔았으면 싶다. :) 안에 조랭이떡이 들어 있어서 건져먹으면 동글동글하니 귀엽다 ㅎ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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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인형 전시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볼까 했었는데, 알고보니 전시주체가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를 쓴 김진송씨였다. 국문학 전공자. 하지만 인문학만으로는 생계를 보장받을 수 없어 시작한 목수일이 이렇게 관련 책을 내고, 전시회를 열정도가 되었다는 것에 감탄하였다. 과연 인문학자가 다듬은 나무들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고, 예전 동화에서나 보던 목각인형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식홈페이지는 http://www.bookwormstory.com/ 일단 결론 먼저 말하자면. 작품에 실려있던 글과 작품전체를 담은 대도록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정도로 좋은 전시였다. 작품수도 예상했던 것보다 많았고, 목각제품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작품들이 있어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의도에 따라 같은..
원래 남산예술센터에서 하는 '사라지다'를 볼까하다가 너무 여러 문제들을 한데 모아놓은 느낌이라 대신 보러가게 된 연극. 보통 연극이나 뮤지컬은 여러번 앵콜공연을 했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 위주로 보러가는 편이라 소규모 극단에서 공연하는 국내창작극은 어지간해서는 잘 안가게 된다. 영화나 책에 비해서 작품이 별로 일 경우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 이 작품 역시 추천을 받았지만 저런 이유로 좀 불안했고, 게다가 달나라 연속극의 모티브가 된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을 몇년전에 본 적이 있어서 갈까말까 망설였다 예매하게 되었다. 예전에 봤던 '유리동물원'은 원작 자체가 어두우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거의 개그코드 없이 시종일관 진지하고 암울해서 보고 난 뒤에 너무 진..
J네 카페에 놀러가서 쉬다가..좀 걷다가.. 미술관으로. ^^ 새로 산 책이 재밌어서 마저 읽으려고 했는데, 다같이 수다 떠느라 실패;; 내일 마저 읽어야지! '-' 커다란 오리털 코트 걸치고 나갔는데 날이 따뜻한건지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니까 오히려 더워서, 건물 안에서는 거의 코트를 벗고 다녔다. 그러나 저녁 되니까 비 내린 것처럼 습해져서, 좀 으슬으슬. 다시 목도리랑 둘둘 싸매고 완전무장.;; 요즘 새벽의 맛이 나는 저녁일 때가 참 많다. 오늘 이른 아침부터 커피를 몇잔씩 마셨는데, 빈 속에 마셨더니 속이 알싸해서 저녁은 밥을 먹기로 했다. 광화문역 8번 출구 쪽 대우빌딩 지하에 있는 식당. 평안도만두집 블로리본 2개를 받은 곳인데, 가격도 착하고 맛있다. 주력메뉴는 담백하고 순한 평양식 만두지만..
요즘 열심히 봤던 만화.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었던 것이 책으로 묶여나왔다. 아마 한국인이 팔레스타인의 근현대사를 그려낸 건 처음일 듯. 준비기간은 팔레스타인을 2차례 오가며, 총 4년정도 걸렸다고 한다. 지금 1권까지 나온 상태인데, 구약성서에 나오는 기원전 2100년부터 1987~1993년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까지의 팔레스타인 역사를 다루고 있다. 1990년대부터 최근의 역사는 2권에서 다룰 예정. 오마이뉴스 연재링크는 여기에. http://star.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88007 아래는 프롤로그.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보통 명절이나 주말에나 시간을 내서 찾는 편이라 평일에 이 고장을 찾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일 것이다. 아주 한적한 혹은 다소 들떠있는 느낌의 거리만 보다가 일상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떤 골목을 보면 내가 매일 걷고 달리던 그 모습과 쏙 빼닮았는데, 또 어떤 건물은 사라지고 새로 생기기도 해서, 낯설게 느껴진 것이다. 휴가를 내고 온터라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 근처로 걸어가봤는데 아직까지 내가 다녔던 학원건물이며 그 앞의 분식집이 그대로 있었다. 학원명은 이미 바뀐 상태라 조금 실망을 하고 분식집에서 식사를 할까 하고 설핏 봤더니 세상에..초등학교 때 그분이 아직도 장사를 하고 계시더라... 비평준화지역이라 중..
연애란 이 사람한테 받은 걸 저 사람한테 주는 이어달리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전에 사람한테 주지 못한 걸 이번 사람한테 주고 전에 사람한테 당한 걸 죄 없는 이번 사람한테 푸는 이상한 게임이다. 불공정하고 이치에 안 맞긴 하지만 이 특이한 이어달리기의 경향이 대체로 그렇다. 며칠 전 친구를 만났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부른 것이라 어리둥절해하며 나갔더니 술친구가 필요하단다. 토요일 저녁. 그 많은 친구 중에 하필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나와 술을 마시고 싶어 한 이유를 처음엔 몰랐었다. 굳이 의례적이라고 할것까진 없었지만 어쨌든 서로의 안부를 물은 다음 그 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길 하면서 눈물을 왈칵 쏟는다. 많이 좋아하는구나...싶었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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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음식남녀'를 보고 난 뒤에, 이 작품의 감독이 '이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놀란적이 있었다. 헐크, 센스앤센서빌리티, 브로크백마운틴,음식남녀, 와호장룡, 테이킹 우드스탁,색계.. 그리고 오늘 본 라이프 오브 파이까지. 이 드넓고 다양한 작품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할 수 있는 것인지 볼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얀 마텔의 인기소설 '파이이야기'를 기초로 만든 영화다. (개인적으로 왜 영화 제목을 '라이프 오브 파이'로 했는지 불만 -_-)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읽힌다는 면에서 훌륭하다. 어떤이에게 이 작품은 절망스럽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한 소년의 성장기로 읽힐 것이고 신 혹은..
옛 서울시청 건물에 만들어진 '서울도서관' 시청역 5번 출구 바로 앞이다. 집에서 버스 한번 타면 갈 수 있는데다가,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이나 공연장과 영화관이 있어서 책 보고 겸사겸사 영화나 전시를 보고 와도 괜찮다. 게다가 대출도 할 수 있어, 개관한다는 소식 듣고 너무 좋았었더랬다. 시설은 깔끔하면서도, 고풍적인 옛건물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느낌이다. 지금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옥외정원도 봄이 되면 참 예쁠 것 같고, 창밖으로 보이는 시청 스케이트 광장의 모습도 흥겹다. 그런데 가장 큰 단점은 너무 많은 사람들;;; 구경하는 인파가 북적여서 차분하고 조용한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행사장 느낌 ㅠ 실제로 열람실만큼이나 서울의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관이나 행사를 위한 기념코너가..
어린 나이에 이중언어에 노출된 결과, 일상적인 대화는 2개 국어가 가능하지만 풍부하고 섬세한 어휘력은 갖추지 못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국 그 아이는 사춘기가 되었을 때 복잡한 감정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고 언어로 표현하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또렷하게 인식할 수도 없기에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고 했다. 이런 그릇된 조기교육의 희생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언어로 온전히. 그 느낌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부족함을 채우고, 나의 느낌 그대로 소통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든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피나는 춤을 선택했다. 피나 바우쉬Pina Bausch는 고전적이고 딱딱하게 정형화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