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시콜콜한 이야기 (1875)
언제나 날씨는 맑음
산책을 하다가,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잠깐 들어간 학교 벤치에서 쉬었다. 사진을 폰으로 막 찍었더니, 어째 유화를 뭉개놓은 것처럼 나왔네. 방학 중이라 학교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차가운 녹차캔 자판기에서 뽑고, 폰에 있는 재즈를 나지막하게 틀어놓고 벤치에서 누워서 하늘을 봤다. 책 보다가 싫증 나면 하늘 보고. 이렇게 한시간 가량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다. 나는 하늘을 보고, 그는 졸고. 평일 낮에 이러고 있으니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나른한 느낌. 걸어다닐 땐 목덜이며 등에 와닿는 햇살이 참 따가웠는데, 누워서 나뭇잎 사이로 보니까 또 이렇게 예쁘네. 다 마신 녹차캔을 졸고 있는 볼에 살짝 갖다대니. 눈을 반짝 뜨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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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화덕피자. 블루스퀘어 주변에 간단하게 식사할만한 카페가 없어서 (디 초콜릿카페가 있긴한데 간이카페 형식이라 산만한 분위기; ) 점심은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고, 공연 본 뒤에 이곳으로 고고씽. 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좌석회전이 너무 안되서 우리 앞에 2팀 밖에 없었는데도, 거의 1시간가량 기다리는 바람에 진이 다 빠짐.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이럴거면 그냥 깡통만두에서 먹거나 리움미술관에서 그림이나 좀 보고올 걸 싶었다. =ㅁ= 원래 별로 배가 안고픈 상태였는데 기다리다 보니 정말 배고파졌다는 거 (...)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그냥 여의도 올라나 블루밍 가든을 갔을텐데 30분을 넘어간 뒤엔 근성으로 기다린듯;; 아 그냥 무난한거지,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서 먹을만한, 진리의 맛은 아닌..
(사진 출처는 위키드 공식홈페이지) 오랜만에 블루스퀘어에서 본 뮤지컬. 무대장치나 의상들을 따로 전시할만큼 굉장히 화려하고, 국내 뮤지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효과들도 많이 보여서 만족할만했다. 눈이 매우 즐거운 뮤지컬이다. 다행히 시간이 꽤 남아서 팜플렛도 하나 사주고 공연 기다리면서 봤는데,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 갈린다가 너무 사랑스럽게 나왔고, 대사나 춤도 참 유쾌하다. >_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꺼내든 순수의 시대. 첫 시작부터 오페라 파우스트의 이중창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치스러운 생활공간들. 온갖 소품들과 문양. 꽃, 드레스, 음식들, 접시... 동명소설 작가인 이디스 워튼 자신이 상류층의 여성이었기 때문에, 소설 속에도 상류층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있는데 마틴 스콜세지는 이를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냈다. 3명의 순수. 1. 아처 : 정치적 올바름, 올곧음, 지적 세계와 고급 문화 향유 / 우유부단, 사변적, 자신이 만든 세계에 스스로 갇혀버림. 2. 메이 : 순결, 물들지 않음, 고결함,클래식 / 타자에 대한 강한 배타성, 선의와 미소 아래 감춰진 진실, 시대변화 수용 안함 3. 엘렌 : 자신의 감정에 솔직함. 하녀나 추문의 대상..
가정이란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니다. 우리를 이해해 주는 곳이다 -크리스티앙 모르겐스턴 걸어도 걸어도의 첫 장면은, 어머니와 딸의 요리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다소 색감이 빠진듯한 화면에서 소박하고 평범한 여름의 일상이 그려지고 있다. 오늘은 10년전 물에 빠진 한 아이를 구하고 사망한 이 집의 장남 준페이의 제사를 위해 온 식구가 모이는 날로 이 영화는 이 가족의 1박2일의 일상을 집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그대로 보여준다. 제사날이긴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라 그런지 슬픈 기색보다는 오랜만에 모이는 식구들을 위해 요리하는 모습들이 더 부각되어 일상적이고 소박한 행복이 스며나오는듯한 느낌을 준다. 나무도마에 칼이 리드미컬하게 부딪히는 정겨운 소리. 썰어지는 무와 당근들. 식구들이 합심해 옥수수 ..
날도 덥고 요즘 읽은 책 중에 성공한 탐험가들을 언급한 구절들이 좀 있어서, 극 지방 탐험과 관련된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아문센과 스콧과 관련된 위인전을 본적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그떄 봤던 사진들이 떠올라서 신기했다. 위인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노르게호. 마치 동화 속에서나 보던 모양의 비행선이라, 한참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건 아문센같은 성공자보다 로맨티스트이자 대책없는 지성인이었던 스콧대령. 스콧이 남극에서 머물렀던 베이스캠프 에번스는 지성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쳤는데 매주 3일 저녁식사 뒤 그는 '남극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비행의 미래, 일본의 예술, 어류 기생충학 등에 대한 강의를 했고 강의가 없는 날에는 축음기로 카루소를 듣거나, 作詩,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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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신작! 미드 나잇 인 파리. 지난번엔 바르셀로나 이번엔 파리. 그리고 아직 개봉전인 작품은 로마인 것 같다. 전작에서 바르셀로나를 생기발랄하고 매력적으로 그린터라, 이번에도 어떻게 파리를 묘사했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__< 너무 멋져서 프로필을 찾아보니 대머리(...)라 좀 충격 받음;; ㅠ 젤다 제럴드 역을 맡은 배우는, 식스핏언더 이후로 참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 등장인물들이 꽤 여러 명이라 이들의 캐릭터를 잡고 대화를 재구성해내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http://baseballpark.co.kr/bbs/board.php?bo_table=bullpen3&wr_id=100315) 그냥 스쳐가는 예술가들 하나하나가 참 보석같다 :) 게다가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가 동경하던 황금시..
이 작품은 도그빌(2003)-만덜레이(2005)-워싱턴(2007)으로 이어지는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기회의 땅' 3부작 중 첫 작품이다. 사실 워낙 유명한 영화라 대학교 초반에 봤던 작품인데 당시에 3시간에 가까운 영상에 계속 집중하고 있기엔 너무 피곤했던 상태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해 계속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마주한 이 영화는 역시 훌륭하다. 이 영화는 자막과 서술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극의 구성, 마을의 상황, 각 장의 소제목을 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흡사 희곡의 해설을 그대로 읽어주는 느낌인데 2장 9막으로 이루어진 연극을 영상에 옮겨놓은 것 같은 이 장치들은 극도로 인공적이고 통제된 공간에서 배우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로키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도그빌'이..
요즘 열대야 때문에 중간에 잠을 깼다가, 에어컨을 틀어놓고 책 한권이나 영화 한편을 보고 다시 자는 날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그간 보지 않고 방치 중이던 dvd나 책들을 매일 한작품씩 줄여나가고 있어서 일정 부분은 긍정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들을 좋아하는지라,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바로 아 유태인 이야기구나 싶었다. 파자마라는 단어는 마땅히 폭신한 침대와 보드라운 이불, 꿈결 같은 시간을 암시해야하지만 줄무늬와 함께 결합했을 때 이 단어는 유태인 학살과 수용소라는 전혀 다른 함의를 갖게 된다. 존 보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여타의 유태인을 다룬 영화와는 달리 비참한 수용소의 생활이나 이들이 잔인하게 핍박받는 장면은 거..
이 영화는 박찬옥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홍보와 실제 작품간의 간극이 너무나도 크게 벌어져 있다. 형부와 처제간의 넘을 수 없는 아슬아슬한 사랑이야기처럼 포장해놨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욕망과 상처가 노출된, 생채기투성이의 날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안개와 먼지, 깨짐과 상처가 뒤범벅되어 있는 이 영화는 파괴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기 보다는 파괴된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 하고 있다. 고혹적인 와인 컬러가 아닌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영화다. 도발적으로 올려다보는 서우와 눈길과 멘트와는 달리 이 작품에서 서우는 팜므파탈적이지도 않으며, 이선균 역시 처제를 노골적으로 탐하기엔 너무나 상처 깊은 영혼이다. 때문에 은밀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크게 분노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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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허삼관매혈기를 추천 받은 것은 꽤 오래 전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이 선뜻 가지 않았던 이유는 중국문학 자체에 대한 낯섦이 한 몫 했고, (일본이나 서양문학은 유명 작가나 추천작들이 쉽게 잡히는데, 중국문학 특히 현대 소설들은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없더라.) '허삼관이 피를 파는 이야기'라는 제목이 그리 매력적이거나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나 옷가지가 아닌 피를 판다는 것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신파조로 빠지거나 부성애나 모성애를 억지로 짜내는 글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그가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건네는 따뜻한' 이라는 카피를 본 뒤에는 한동안 책장에 그대로 보관 중이던 소설이었다. 이건 뭐 제2의 가시고기 정도가 되려나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와서야 퇴근 후에..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은 1933년 2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파팽 자매의 살인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때문에 같은 사건의 영향을 받은 장 주네의 '하녀들'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감독 스스로 '최후의 마르크스주의 영화'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계급갈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파팽 자매의 살인사건은 하녀였던 크리스틴/레아 파팽 자매가 주인 모녀의 눈알을 뽑은 뒤 살해한 사건인데, 이 사건이 흥미롭고 극적인 이유는 경찰이 살인 동기를 묻자 크리스틴이 '나는 여주인들의 피부를 갖고 싶었어요. 대신 그들이 우리의 피부를 갖고요' 라고 말한 부분 때문이다. 문맹자의 수치심과 두려움과 탐독가의 오덕스러움을 강하게 드러냈던 원작 소설 '활자잔혹극'과는 달리, (배경을 70년대에서 90년대로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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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루시 렌들의 '활자잔혹극'은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가정부에 의한 일가족의 몰살극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느낌은커녕 작가가 내내 고수하는 인물과의 거리두기 방식 때문에 건조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지배-피지배계층의 갈등을 강조한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 '의식'과는 달리, 이 작품은 문맹으로 인한 피폐함과 생활과 분리된 탐독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다. 교외의 대저택에서 호화롭고 교양있게 살아가는 커버데일 일가에 새로운 가정부 유니스가 들어오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커버데일 일가는 부와 교양을 모두 가진 가족인데, 재클린과 조지 부부는 모두 잘 교육받은 지식인층이고 그들의 자녀들과 며느리 역시 70..
최근에 읽었던 서평집 중 하나. 서평집의 매력은 지은이가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올곧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그런 점에서 훌륭한 서평집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나쁜 서평집은, 이른바 명작의 반열에 뽑히는 책 혹은 베스트셀러라 해서 자신의 실제 느낌을 무시하고 그저 미사여구만 늘어놓는 글들인데 이 책은 작가의 주관이 매우 뚜렷하게 제시되어 있고 느낌이나 생각이 아주 솔직하게 나와 있으면서도, 개인적인 편견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시도가 엿보여서 좋았다. 이 작품은 국문학과를 졸업해 '출판저널'과 '도서신문'을 거쳐, 전문 시평가로 활동해던 최성일씨의 시평 모음집이다. 2011년 뇌졸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생애의 반 이상을 책과 함께 한 셈인데 한 출판사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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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책읽기'에 쓰는 글과는 달리, 이 글들은 특정한 책의 감상이나 줄거리를 말하기 위함이 아닌 말 그대로 책과 연결되어 있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두려고 한다. 때문에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하는 책이 아닐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과 엮인 온갖 책이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이 글들은 '소리 내어 책읽기'의 과정이 아니라, 다만 '스쳐가는 생각'을 잡아두려는 시도이다. "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문명의 초석이다. 문맹은 기형으로 취급된다. 육체적으로 기형인 사람들을 겨냥하던 조롱의 방향이 문맹인 사람들 쪽으로 점차 바뀌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문맹자가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살아가려 한다면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눈이 나쁜 사람들..
이 책은 이승욱 님이 진행한 다섯명의 개인 상담 과정을 엮어놓은 책이다. 기존의 상담사례집들은 보통 상담과정만을 기술적으로 적어놓는 경우가 많았고, 상담사례를 통해 상담의 예를 보여주거나, 절차를 설명하는 식의 책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주로 내담자의 감정에 집중하거나,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저서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담전공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전문가용 사례집이라기 보다는, 책 속의 내담자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대중 서적에 가깝다. 때문에 기본적인 상담 용어들도 모두 각주를 달아서, 친절하게 표시해 놓은 '-' 또한 기존의 대중 상담 서적과는 달리, 상담이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상담자 자신의 고민과 생각들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해놓아서 더 인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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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작성하느라 다시 읽어본 불안. 몇 번을 읽어도 좋은 책. 이 책도 겉표지가 싫어서 떼어버리고 심플한 양장본 표지로만 보관 중. 불안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출판사 ‘불안’의 개념 사회적 지위의 낮음에 의해 혹은 자신의 지위에 만족할 경우 현 상태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유래되는 불안. 현대에 들어서 사회적 지위는 주로 경제적 성취에 의해 좌우된다. 1.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 1 :사랑결핍 사랑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사랑이 성적인 사랑이며 두 번째는 사회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관심 가져주며 중요하게 여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첫 번째 사랑 못지않게 두 번째 사랑을 갈구하는 것일까? 이상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사회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 가는 중요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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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중성이란 뜻의 퍼펙트 블루. 97년에 만들어진 콘 사토시의 작품인데,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하면서 겪게 되는 일본의 연예계의 모습이 한국의 그것과 너무 흡사해 지금 봐도 별다른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 정말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의 짜임새가 몇번을 다시 봐도 놀라울 정도고,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해 낼 수 있는 특징들을 잘 활용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진다 . 몇년 전에 처음 봤을 때도 애니메이션치고 꽤 독특한 소재라, 이 시기에 만든 것들은 참 하나같이 수작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만 예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뭔가 석연치않은 점이 있어서 평들을 쭉 보았다. (결말을 본 사람이면 찜찜함을 안 느낄 수가 없지;;) 그 평들 중 이런 점을 해결해주는 해설을 발견해서 덧붙여본..
이 책은 양장본 속표지가 무려 흑백의 모자이크 형태라 너무 현란해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오히려 흰 바탕의 겉표지가 더 맘에 들었다. 붉은색의 어지러운 상황에 싸인, 아기천사의 미소는 사악해질까? 선하게 될까?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저술한 '루시퍼이펙트'는 무려 7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데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론 물리적인 시간은 꽤 걸렸지만 심리적으로는 그리 부담이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탠퍼드대 감옥 실험'의 내용 대부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인가 봤던 'Experiment'라는 독일영화로도 재현된 이 실험은 상황이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이미 수도 없이 인용..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돌고 도는 케케묵은 주제 중 하나는, 백인 남성과 교제하는 여성에 대한 비난이다. 쓰레기 같은 백인영어강사 문제야 제도적으로 당연히 해결해야할 일이니 논외로 두고, 이번엔 저 한국 여성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을 좀 이야기 해보려 한다. 몇년전 처음 이런 주제가 부각되었을 때는, 무분별하게 유입된 자질 없는 영어강사에 대한 비판인가 싶었는데, 결국 '영어 사용하는 백인남자라면 다리를 벌려주는' 불특정 한국 여성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하룻밤 상대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들이야, 으슥한 새벽 어느 클럽을 가도 남녀불문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저런 천박한 부류의 남자들은 '픽업아티스트'라는 명목으로 한국에도 이미 존재한다. 게다가 원나잇 후기나 동영상을 유출하는 행태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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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달 정도의 기간 동안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좀 쌓였던터라, 근래엔 무거운 책이나 영화에는 손이 잘 안가서 가볍고 밝은 작품들을 주로 봤다. 특히 묵혀놓고 한동안 보지 않았던 만화책을 요즘 다시 꺼내본 ^^: 유리가면, 닥터노구찌, 스바루, 스완, 슬램덩크, 신부이야기.. 그리고 하라 히데노리의 작품들을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대로 한두권씩 집어서 볼 때가 많았다. 이게 지겨워지면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들을 봤고. 아니면 유쾌한 미드나 영화들 >_< 이 애니메이션도 그러던 와중에 보게 된 작품인데, 현재 12화를 끝으로 완결된 상태다. 언제나 짱짱한 볼륨으로 감상하게 만들었던 언덕길의 아폴론. 조금은 좌충우돌 청춘들의 이야기와 재즈가 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달달하고 유쾌하니 참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게다..
바나나 우유 하면 생각나는 빙그레의 둥근 용기. 손 안에 흐뭇하게 들어와 그립감마저 좋았던 이 제품은, 언젠가부터 '바나나맛 우유'라는 입에 딱 달라붙지 않는 이름으로 둔갑해 나를 슬프게 한다. 난 우유를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닌지라, 국민학교 시절 강제적으로 먹어야 했던 우유는 거의 동네 강아지들에게 줘버려 동네 개들이 나만 보면 반갑다고 졸졸 따라왔었고 그나마 좋아했던 초코우유도 매일 먹는 건 역시 무리였다. 하지만 엄마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밀어주는 목욕재계의 시간이 끝난 뒤, 목욕탕 한 구석의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바나나 우유는 시원하고 달달한 기쁨이었다. 덕분에 항상 우유가 아닌 두유를 외치는 나이지만, 가끔은 저 빙그레 바나나 우유를 찾곤 한다. 바나나우유 하니 생각나는 기억 한 토막은,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