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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날씨는 맑음
원래 남산예술센터에서 하는 '사라지다'를 볼까하다가 너무 여러 문제들을 한데 모아놓은 느낌이라 대신 보러가게 된 연극. 보통 연극이나 뮤지컬은 여러번 앵콜공연을 했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 위주로 보러가는 편이라 소규모 극단에서 공연하는 국내창작극은 어지간해서는 잘 안가게 된다. 영화나 책에 비해서 작품이 별로 일 경우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 이 작품 역시 추천을 받았지만 저런 이유로 좀 불안했고, 게다가 달나라 연속극의 모티브가 된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을 몇년전에 본 적이 있어서 갈까말까 망설였다 예매하게 되었다. 예전에 봤던 '유리동물원'은 원작 자체가 어두우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거의 개그코드 없이 시종일관 진지하고 암울해서 보고 난 뒤에 너무 진..
얼마 전 '음식남녀'를 보고 난 뒤에, 이 작품의 감독이 '이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놀란적이 있었다. 헐크, 센스앤센서빌리티, 브로크백마운틴,음식남녀, 와호장룡, 테이킹 우드스탁,색계.. 그리고 오늘 본 라이프 오브 파이까지. 이 드넓고 다양한 작품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할 수 있는 것인지 볼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얀 마텔의 인기소설 '파이이야기'를 기초로 만든 영화다. (개인적으로 왜 영화 제목을 '라이프 오브 파이'로 했는지 불만 -_-)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읽힌다는 면에서 훌륭하다. 어떤이에게 이 작품은 절망스럽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한 소년의 성장기로 읽힐 것이고 신 혹은..
어린 나이에 이중언어에 노출된 결과, 일상적인 대화는 2개 국어가 가능하지만 풍부하고 섬세한 어휘력은 갖추지 못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국 그 아이는 사춘기가 되었을 때 복잡한 감정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고 언어로 표현하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또렷하게 인식할 수도 없기에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고 했다. 이런 그릇된 조기교육의 희생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언어로 온전히. 그 느낌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부족함을 채우고, 나의 느낌 그대로 소통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든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피나는 춤을 선택했다. 피나 바우쉬Pina Bausch는 고전적이고 딱딱하게 정형화된..
유치원 꼬맹이 시절 내 모든 일과는 인형들이 함께했다. 내가 잠자리에 들면 인형들도 화장지 이불을 덮고 곱게 누었고, 목욕탕에 갈 때는 인형들도 꼭 챙겨서, 엄마가 나를 씻겨주듯이 인형들을 깨끗하게 단장시키곤 했다. 내가 노란 원피스를 입은 날엔 미미와 쥬쥬도 노란 드레스로 멋을 부렸고, 내가 구사하는 어휘가 늘어날수록 소꿉놀이의 상황도 점점 다양해졌다. 남동생은 인형일색이던 나보다 훨씬 풍성한 구성을 갖추고 있었는데, 기계음과 붉은 빛이 나오는 로봇들, 칼과 트럭들, 공룡들,레고세트들...이 몇 박스를 가득 메웠다.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커다랗고 미로 같은 철로에 번쩍번쩍 불이 들어오는 기차를 우리가 얼마나 좋아하며 갖고 놀았는지 모른다. 동생 덕분에 나 역시 발음하기도 힘든 공룡의 이름을 줄줄..
1. 삶의 빈틈을 온기로 채워나가기. 영화 '비지터'는 삶의 밀도가 너무 작아져버린 노교수 월터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는 피아니스트였던 아내가 죽은 후, 홀로 단조로운 생활을 한 탓에 대인관계 스킬 따위 내던져버린 무뚝뚝한 노인이다. 매일의 권태에서 벗어나고자 피아노를 배워보려하나, 이것도 나이탓인지 쉽지가 않다. 강의 하나를 맡고 있지만 십년 째 같은 강의록에 같은 수업내용을 거듭하며, 이런 강의는 당연히 기계적이고 재미 없는 일상의 반복이 되어버린다. 발표논문 역시 이름만 올린 것일 뿐, 개인적인 성취감은 없다. 그런 그가 울며겨자 먹기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뉴욕에 방문하면서 사건은 발생한다. 한참동안 비워두었던 뉴욕의 집에, 부동산업자의 농간에 의해 불법체류자 커플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오갈데..
하루 하루 매일같이 행복한 척 하는 것이 미친겁니다. 미쳤다는 건 비참한 존재가 되어, 반쯤 잠들어 멍하게 돌아다니는 겁니다. 하루 또 하루, 매일같이 행복한 척하는 게 미친 겁니다. 다 잘되고 있는 척 하는 건 평생을 그런 척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잠재력과 희망, 모든 기쁨과 감정, 삶의 모든 열정을 빨아먹어버립니다. 손을 뻗어 그걸 단단히 잡고, 피를 빨아먹는 것들에게서 다시 빼앗으세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와 직장에서의 나의 모습, 친구들을 만날 때와 어른들을 만날 때의 나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전자가 자유분방하고 한없이 태평한 모습일 때가 많다면, 후자는 좀더 신중하고 야무진 모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지킬과 하이드처럼 완벽한 이중성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
예전에 행복전도사로 유명하시던 분이, 오랜 투병생활 끝에 고통스럽고 일상적인 삶을 포기해야하는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 남편과 동반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 유서가 너무 충격적이면서도 마음이 아팠는데, 자살이란 이유로 그 기사에 달린 많은 비난 댓글들을 보면서 잠시 멍해졌었다. 자살은 예방하고 방지해야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사람마다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폭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비참한 삶과 목숨을 의미없이 이어가는 것보다,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을 비난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자살은 죄악..지옥불.. 어쩌고 하는 기독교신자들의 말을 정말 싫어한다. 실제로 이 이야기를 나에게 했던 사람한테 오만정이 다 떨어졌을 정도로. 그렇게 죽을 힘으로..
남들은 저를 무척 바쁜 사람으로 봅니다. 늘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해대며 허덕거리기 때문입니다. 밥 먹을 때나 화장실 갈 때는 꼭 신문이나 책 , 잡지를 들고 가고, 걸어 다닐 때도 어학 강의든 오디오북이든 음악이든 무언가를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집을 나설 때면 꼭 책을 들고 가고, 손에 책이 없으면 근처 서점이나 편의점에 들러 결국 읽지도 않을 책이나 잡지를 삽니다. ....저는 제가 가진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가 '몰입을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지속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그렇지, 단기 집중력은 탁월한 편이라고 자평하곤 했습니다. 하지만제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그런 단기적 몰입마저 지적, 감정적으로 대단히 흥미로워 나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에 한했던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흥..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본 영화 '심플라이프' '우리도 사랑일까'도 함께 봤는데 두 작품 모두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일부러 씨네큐브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화 중 '토미 드 파올라'의 '오른발, 왼발'이란 책이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보브는 어린 손자 보비에게 '오른발,왼발'을 맞춰가며 한발한발 천천히 걸음마를 가르친다. 그리고 어느날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다시 블록을 쌓거나 걷지 못하게 되었을 때 보비는 어릴적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오른발, 왼발'을 외치며 한걸음한걸음 걸음마를 보브와 함께 내딪게 된다. 이 동화를 볼 때마다, 어릴 적 나에게 코끼리 그림을 그려주던 할아버지나 뜨개질을 가르쳐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나서 괜히 마음이 찡해지곤 한다. 그리고 오늘 '심플라..
주말에 보고 온 영화 레미제라블. 러닝타임은 2시간 반정도로 꽤 긴 편이다. cgv의 sounddx처럼 음향이 강조된 곳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의 어떤 뮤지컬 영화보다도 노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데다가, 좋은 곡들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사운드에 따라 감동의 정도가 좌우될 듯. 인물 관계도는 아래와 같다. 기존 뮤지컬의 스토리와 음악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영화 역시 자베르와 장발장 두 주연의 리드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캐스팅의 장발장이 너무 좋았어서, 두 주연배우와 떼나르디에 역은 좀 아쉬웠다. 동시녹음을 한건 좋은데, 자베르랑 장발장의 음역대가 좀 안맞는 느낌;; 하지만 연기만은 다들 일품.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뮤지컬의 주옥같은 곡들은 거의 그대로 ..
3시간 정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잘 만든 편이다. 특히 꼭 3D로 봐야할 몇 안되는 영화. 눈이 아프거나 자막으로 인해 불편함은 거의 없었고, 다만 너무 세세한것까지 3D로 처리해서 마치 미니어처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흠이랄까. 어찌되었건 영상면에서는 거의 불평할 점 없이 매우 만족했다. 사루만은 강대한 힘만이 악을 잠재우는 줄 알지요.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소소한 행동도 악을 잠재울 수 있다는걸 난 알아요 선행이나..사랑같은..것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스토리는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던 호빗족 빌보 배긴스의 모험과 다소 상투적인 자아찾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짧은 내용을 길게 늘리다보니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
영화 레미제라블이 곧 개봉이라 뮤지컬 영상을 조만간 다시 봐야겠다 싶었는데 새벽에 깬 김에 10주년 영상만 일단 돌려봤다. 1995년 로얄 알버트홀에서 진행된 것으로, 무대세트나 액션보다 노래에 90%이상 치중된 공연이다. 런던과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캐스트에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실력파 스타들을 섞은 그야말로 드림캐스트 레미제라블 공연이 dvd로 발매된 것은 10주년과 25주년 두가지 버전인데, 개인적으로는 원형세트가 등장하는 10주년 원버전을 더 좋아한다. 10주년 영상은 일단 배우들의 기량이 아주 뛰어나서 소소한 무대장치가 거의 생략된 말그대로 콘서트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극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실제 무대가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서 보는 뮤지컬 영상인데도 중간에 멈출 수가 없을정도로 집중하게..
테이킹 우드스탁은 위 포스터에도 나와있듯이 이안 작품의 감독으로,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회고하는 엘리엇 타이버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2010에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봤었는데, 당시에 우드스탁 코리아가 기획되었다가 취소 되는 바람에, 영화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았었다. 얼마 전에 원작 책을 읽으면서 기억이 나서 영화를 다시 찾아봤다. 엘리엇 타이버는 러시아계 이민자 2세로, 러시아 민스크에서 미국까지 생감자를 먹으며 걸어온 어머니와 그 어머니 맡에 기도 제대로 못피는 노동자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생활한다. 영화에서는 책과는 달리,타이버의 출생배경이나 가정환경 등은 거의 생략한 채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벌어진 배경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조명해주고 있다. 영화 속 타이버는 손..
고궁에 가서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도 광해가 간간히 언급되었었고, 개봉 전에 기대를 꽤 했던 영화라 볼 생각이 있었지만,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그 도가 너무 지나쳐 짜증이 났었기 때문에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1+1 티켓을 뿌리는 등 열과 성을 다한 홍보 덕인지 예상 보다 더 흥행을 해버렸지만 9월초에 개봉한 영화를 12월까지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될 줄이야 -_-; 딱히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고르긴 했지만 아 진짜 해도 너무하다 싶던. 스크린 독식도 적당히 해야지. 이정도 되면 거의 깡패 수준인듯. 덕분에 궁시렁거리면서 예매를 해놓고서도, 팔짱 끼고 재미 없기만 해봐. 이런 심정이었다. 다행히 영화는 꽤 잘 만든 편이었고, 왕과 광대를 오가는 이병헌의 연기도 좋았다. 빛을 이용해서 궁을 아름답게 표현한 ..
처음으로 20초의 용기를 내서, 말을 걸게 했던 아내.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중 그녀가 병으로 죽자 집안은 균형을 잃고 엉망이 되어 간다. 벤자민 미는 모험과 온갖 위험한 일을 즐기는 사람이었지만, 이 슬픔의 간극은 메울 수 없었고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죽어가는 동물원을 살리는 것이었다. 깔끔한 포스터! 맘에 든다 :) 어릴적에 재밌게 했던 '주 타이쿤'을 생각하면서 봤는데, 예상외로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아주 따뜻하고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퐁퐁 솟아난다. 가볍게 가족들과 보면 좋을만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보는 내내 놀라울 뿐이었다. 세상에. 집을 샀는데, 동물원이 옵션으로 딸려 오다니 =ㅁ=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예상외로 아동틱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진심으로 어떤 대..
만약 뤽 베송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뽑으라면 레옹을 제치고 주저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지금 봐도 촌스러운 느낌이 없는 영화. 뤽 베송은 어릴적부터 바다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고 돌고래 전문가가 되고 싶었지만, 다이빙 사고로 이 꿈이 좌절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푸르고 깊은 바다에 대한 로망만은 버리지 않았는지, 자신의 애정을 듬뿍 쏟아부어서 그랑 블루와 아틀란티스를 만들어냈다. 보통 바다나 돌고래 같은 소재는 추석용 가족영화 느낌이 풍기기 쉽고 무더운 여름에 생각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내내 고독하고 서늘한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되는데, 그래서 내가 이 작품이 생각나는 것은 언제나 추운 겨울이나 지독하게 건조한..
송중기처럼 오목조목하게 생긴 꽃미남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남자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할거라면 차라리 소지섭이 나오는 '회사원'을 보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게다가 제목도 늑대소년 모글리 생각이 나서 딱히 흥미롭지 않았고, 한국 로맨스 영화도 질색하는 편이라 그냥 그랬던 상황. 덕분에 예정에 없던 영화였으나, 학생들이랑 같이 볼만한 것을 찾다 얼떨결에 예매하게 된. 하지만 막상 보니, 의외로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일단 보는 내내 이건 여성판 건축학개론이다 싶었다. 아니 조련학개론이겠네. 말 그대로 영화 시간 내내 폐병소녀 박보영의 늑대소년 조련하기가 펼쳐진다. 박보영-송중기의 조합이 아주 잘 어울리고 '너는펫'따위는 관심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쓰다듬어 달라며 얌전히 머리를 내..
007영화를 매번 극장에 찾아가 볼 만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스카이폴은 007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인데다가 샘 멘데스가 감독을 맡았다고 해서 궁금증에 예매를 했다. 게다가 악역이 하비에르 바르뎀. 이건 꼭 봐야해! 를 외치면서 바로 고고씽. 이번에도 주연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는 볼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007보다는 러시아쪽 반동인물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_-;; 일단 샘 멘데스를 믿고 보러 갔다. 오 그런데 예상보다 더 좋았다. 영상도 전반적으로 세련되게 잘 뽑았고, 아델이 부른 주제곡도 잘 어우러진다. 스토리가 좀 변형된 점이 오히려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 불만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Q의 역할이 너무 축소되서 좀 잔재미가 줄어들었다 싶은. ㅠ) 특히..
요즘 슈스케 등의 영향으로 부쩍 보컬이나 드럼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하긴 그 이전에도 밴드를 꿈꾸며 연습하는 꿈나무들은 동네에 하나쯤은 있었다. 어른들이 되면서, 그 많던 예비 밴드들은 어디간건지... 이 영화는 이렇게 왕년에 잘 나가는 밴드를 꿈꾸며 연습하던. 그러나 이제는 가정도 있고 나이도 지긋해진 40대 남자 4명이 10년만에 재결성을 결심하며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것까지는 그저 흔한 뒤늦은 인생찾기라든가, 중년남자의 권태기 벗어나기 등으로 볼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하고 성공적인 결론은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는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 인물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며 즐기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오늘 상상마당에서..
어릴적에 재밌게 봤던 '꼬마 니콜라' 사실 르네 고니시가 만들어낸 스토리보다는 장 자끄 상페의 그림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던 이 작품이 벌써 50주년을 훌쩍 넘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버렸다. 초등학교 때 '좀머씨 이야기'에서 처음 접했던 그의 그림이 너무 좋아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나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같은 그의 그림이 수록된 작품을 모조리 찾아봤었는데 '꼬마 니콜라'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예전에 개봉했을 때는 어쩐지 유치할 것 같은 느낌에 보지 않았다가, 추석에는 역시 따뜻한 느낌인 영화가 끌려서, 뒤늦게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본 뒤에 너무 훈훈해져서 윔피키드 까지 내리 보게 된 :) 이 작품은 2009년 '꼬마 니콜라'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워낙 프..
독재자에 대한 풍자..라고 하기엔 좀 약한 느낌이고, B급 코메디물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만약 통렬한 독재 풍자물을 원한다면, 이 영화 말고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나 '송곳니' 같은 영화가 더 적절하다. 애초에 이 영화의 목적은 사회비판이나 강렬한 풍자가 아니라, '독재자'란 장난감을 가지고 '병맛 돋는 웃음'을 연출해내는 것에 있기 때문에.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좀 아쉽긴 했으나 애초에 예상했던 기대치 자체가 낮았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영화 속 색상 사용이 꽤 감각적이라서, 적어도 눈이 괴롭진 않았음 원색들을 아주 잘 배치해서 꽤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저 수염이며 헤어스타일은 도대체 누가 생각해낸건지 ㅋ 에드워드 노튼이나 매간 폭스 같은, 의외의 조..
동명의 연극을 영화한 로만 폴란스키의 신작. 지난번 씨네큐브에서 포스터를 보고 재밌겠다 싶었는데, 아직 상상마당에서 하고 있길래 냉큼 보고 왔다.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왈츠, 존 레일리의 화려한 캐스팅. 영화내용과 홍보물의 내용이 정확히 일치한다. 11살 아이가 친구들과 다툼 중 막대기를 휘둘러 송곳니를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 4명이 한 곳에서 모이게 된다. 이들은 아이들 싸움에 어른들까지 휘말리지는 말자며 교양 있는 학부모답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미묘한 신경전과 말꼬리 잡기가 이어지면서, 결과는 뭐 점점 산으로 -_-;; 장소는 피해아동의 아파트와 복도가 전부.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 낯익은 여배우들의 대거 등장한데다가 이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장르를 교묘하게 잘 섞어놔서 꽤 오래된 영화인데도 재밌게 봤다. 스토리를 보면 딸 2명, 장모, 아내, 처제, 고모, 하녀2명으로 구성된 가족에게 어느날 집안의 가장인 남자가 등에 칼에 꽂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눈으로 고립된, 전화선마저 끊긴 집 안에서 누가 범인인지 밝혀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스토리만 보면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인데, 피가 난무한다거나 미스테리함 강조된다기 보다는 뮤지컬영화다운 발랄함과 각기 비밀을 감추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더 강조되어 있다. 감독이 연출한대로, 어설픈 안무는 좀 웃겼지만 프랑스어의 매력이 잔뜩 발산되는 음악만은 참 좋았던 :)..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유쾌하고 재밌었던 작품. 실제 남극 대원이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셰프역은 사카이 마사토가 연기했는데, 아 정말 좋았다 :) 등장하는 요리 하나하나가 일상적이면서도 참 소담스럽게 예쁘다 싶었는데 '카모메식당'과 '심야식당'으로 익숙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의 작품이었다. 보는 내내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샘솟던 :) 작가의 경험담을 소소하게 펼쳐놓은 것처럼 일상적인 생활이 담겨져 있어서 잔재미들이 곳곳에 숨겨 있었다. 영하 40-70도를 넘나드는 남극기지에서의 1년을 담고 있는데, 30,40대의 남자들 8명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남고 교실의 아저씨판 같기도 하고 말년병장들만 모인 군대의 모습을 연상시키..
밝고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 퓰리처상을 수상한 알프레드 유리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로, 유태인,흑인 차별문제처럼 무거운 이야기들이 언급되었음에도 부드럽고 훈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두 주연 배우들. 꼬장꼬장한 노부인을 연기한 제시카 탠디와 사람 좋은 운전사를 맡은 모건 프리먼의 연기가 빛난다. 제시카 탠디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아 최고령(80세)기록을 세웠는데, 이 영화를 찍고 5년 뒤에 사망했다는 것이 애석할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모건프리먼이 등장한 영화 중에서, 이렇게 여배우가 뚜렷하게 각인되는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자존심 강하고 대쪽 같았던, 이웃집 할머니가 생각나는. 1. 스토리는 사실 이 ..
1. 씨네큐브에서 보고 온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의 작품인데 평이 워낙 좋아서 계속 보고 싶었던 영화다. :) 요즘 여성학쪽 서가를 뒤지다 보면 유독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모성에 대한 책들인데, 근래 들어서는 여성의 모성이 선천적이라거나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사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아무리 내 뱃속에서 나온 생명체라지만 처음 맞는. 나와 다른 타인이 갑자기 내 생활 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불쑥 끼어드는 것인데 이것이 마냥 즐겁고 희생해도 항상 기쁘고 애틋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그 탄생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것이었다면 더더욱. 그다지 문제 없어보이는 친척들 사이에도 케케묵은 감정의 부스러기라든가, 애증..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를 메가박스에서 3D로 상영하길래 보고 왔다. 모던발레라 고전적이고 하늘하늘한 발레리나의 선보다는, 현대무용의 생동감과 감각적인 느낌이 더 강한 작품이다. 냉혈한 어머니 때문에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유약한 왕자와 그와 대조되는 강렬한 백조의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전통적인 연극에서는 '그저 거들 뿐인' 발레리노를 주역으로 급부상시켜서 남성적인 군무의 힘 있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은근히 동성애 코드도 있어서 묘한 분위기. 이 작품은 03년인가 LG 아트센터에서 국내 첫공연을 했는데, 그때 조너선 올리비에 버전으로 처음 접했다. 이때 고등학생 때라 기분전환 하려고 보러간 공연이었는데, 어렸을 때 부모님이랑 같이 봤던 백조의 호수를 생각했다가 완전히 빠져버려서 몇 년 뒤에 공연을 할 때마다..
지난 다크나이트는 2번 관람할 정도로 좋았고, 캣우먼도 좋아하는 캐릭터라 기대가 컸는데 음.. 이번 편도 나쁘진 않은데, 적어도 내겐 환상적이었다고 극찬할만큼은 아니었다. 화질 때문에 말이 많던데 난 4K로 봐서 그런지, 크게 불평할 정도로 나쁜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전작보다 흥미진진함이 계속 되거나 몰입도가 높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지. 중간중간 3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만큼 질질 끄는 느낌이 강했는데, 왜 이렇게 느껴지나 싶어 생각해보니 영화 스토리 보다 내가 느끼는 식상함이 문제였던 것 같다. 분명 화려한 액션도 있고, 캣우먼의 탄력있는 몸매도 매력적이었으나 이미 너무 소모된 소재에, (반전이 있긴 했으나) 뻔한 스토리가 이제 슬슬 지겨워진게 아닐까 싶다. 기계음을 사용하는 악당도, 얼마전 본 ..
(사진 출처는 위키드 공식홈페이지) 오랜만에 블루스퀘어에서 본 뮤지컬. 무대장치나 의상들을 따로 전시할만큼 굉장히 화려하고, 국내 뮤지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효과들도 많이 보여서 만족할만했다. 눈이 매우 즐거운 뮤지컬이다. 다행히 시간이 꽤 남아서 팜플렛도 하나 사주고 공연 기다리면서 봤는데,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 갈린다가 너무 사랑스럽게 나왔고, 대사나 춤도 참 유쾌하다. >_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가 보고 싶어져서 꺼내든 순수의 시대. 첫 시작부터 오페라 파우스트의 이중창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치스러운 생활공간들. 온갖 소품들과 문양. 꽃, 드레스, 음식들, 접시... 동명소설 작가인 이디스 워튼 자신이 상류층의 여성이었기 때문에, 소설 속에도 상류층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있는데 마틴 스콜세지는 이를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냈다. 3명의 순수. 1. 아처 : 정치적 올바름, 올곧음, 지적 세계와 고급 문화 향유 / 우유부단, 사변적, 자신이 만든 세계에 스스로 갇혀버림. 2. 메이 : 순결, 물들지 않음, 고결함,클래식 / 타자에 대한 강한 배타성, 선의와 미소 아래 감춰진 진실, 시대변화 수용 안함 3. 엘렌 : 자신의 감정에 솔직함. 하녀나 추문의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