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리내어 책 읽기 (295)
언제나 날씨는 맑음
전자책으로 읽은 책이라, 이미지는 민트샵에서 가져왔다. :) 언젠가 '자발적 가난'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월든의 소로우처럼 자발적으로 선택한 가난. 물질적으로 궁핍하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생긴 가난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삶에 역행하기 위해서 선택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이 단어가 다시 떠오른 책이 이 여행기인데, 좀 독특한 여행책이다. 독서모임이 아니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 그런데 예상 외로 참 좋았다.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처럼 작가의 성찰이나 인생 경험이 엿보이는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정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 이 책의 구성은 여행지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문답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나이도 경험도 직업도 모두 제각각인 문답대상자들. 그들의 공통점은 여행지가 ..
문학가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하는 좋은 글이란, 화려한 기교가 아닌 진심이 담긴 것이다. 아무 기교 없이도 마음 깊숙한 곳을 탁 치고 갈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삶의 진실이 그대로 담긴 글의 힘이다. 하지만 어떻게 진심을 담지? 어떤 것이 진심을 담은 글이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또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쩐지 시작하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단순히 일기 정도의 끄적임이 아니라 시를 쓴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시집이다. 이 시집은 독특하게도 서울시의 어느 공고학생들 77명이 2008-2010년 사이에 쓴 시를 국어교사가 엮어 펴 낸 시집이다. 공업고등학교와 시라... 처음에는 공고라는 어딘지 모르게 단단하고 거친 이미지와 감..
이번에 읽은 책은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는 소설 입니다. 이 소설은 영국작가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로빈슨 크루소는 아마 한번쯤 제목정도는 들어보셨을 작품인데, 무인도와 다름 없는 섬에서도 30년 가까이 꿋꿋이 청교도적인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한 영국인의 이야기 입니다. 루소가 에밀에게 읽히는 최초의 책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였던 것이 생각나네요. 이 책에서 주인공인 로빈슨은 자신이 식인종으로부터 구출해준 흑인을 시종처럼 부리는 등 제국주의의 논리를 이 섬에서도 그대로 적용시킵니다. 말 그대로 영국중산층의 주체성을 잃지않고 꿋꿋하게 살아가요. 우리는 엉뚱하게 꿈과 희망을 잃지않는 어린이용 작품처럼 읽히곤 하지만 이 소설은 당시 영국인들의 제..
2차대전 즈음의 독일은 영주국가처럼 산산히 쪼개진 상태였습니다. 이를 하나로 통일할 필요성이 있었던 히틀러는 순수주의를 내세우며 타민족간의 분열을 조장하게 됩니다, 당시 유태인 학살의 총책이었던 아이히만은 전쟁이 끝난 이후 아르헨티나까지 도망쳐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살아가는데 성공합니다. 덕분에 매우 철저하게 이루어졌던 이후 나치전범들의 재판에서 자유로워지는듯이 보였어요. 하지만 10여년 후 이스라엘의 비밀조직 모사드에 의해 체포되어, 결국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법정에 세워져 심문을 당하게 됩니다. 이는 엄연히 불법적인 납치행위였지만 유태인 학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 국제 사회도 어쩌지 못하고 방관하는 사태에 이르게 돼요. 뉴요커지는 기자를 특파해 2회에 걸쳐 기고문을 작성하게 되는데, 이 때 뽑힌 인물..
영화화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박범신 작가의 '외등'은 예전에 단막극을 보고 너무 좋아서 소설까지 본 뒤에 오히려 약간 기우뚱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보통은 영화를 보고 소설을 보면 더 좋을 때가 많은데;; 단막극에서는 아주 애잔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지만 소설 자체의 구성이 탄탄하고 박진감 넘치기 보다는 좀 늘어지는 면이 있고 관념적인 표현이 너무 많은 문체를 구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 소설도 사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음...난 외등보다 이 소설에 더 안좋은 점수를 줄 듯. 이 소설은 줄거리에서 기대되는 것처럼 롤리타스러운 면이 강조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명 원로작가와 재능은 없고 열정만 있는 제자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과 미묘한 갈등을 중심으로..
좋은 책이라는 평이 많았고, 몇달 연속으로 베스트셀러라 궁금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이 책에서 리딩하라고 하는 것은 독특하게도 인문학 고전 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태교의 일환으로 영어테이프나 클래식을 들려주며, 아이를 양육할 때도 수학공식암기나 영어회화에 치중하지 막상 독서...그것도 인문고전 독서는 그리 신경쓰지 않잖아요. (특히 그 놈의 영어 집착 때문에, 요즘 아이들 어휘력이나 독해 실력을 보면 형편없습니다. 영어독해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한글 문해능력, 문법능력부터 키워야할 때에요. '닭이'를 달기로 발음하면 틀렸다고 말하는 애들이 태반이에요) 하지만 이 작가는, 낮은 지능의 아이도 인문고전을 읽혔을 때에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변화가 되었다는 것을 요목조목 말하고 있어요. 때문..
한 5,6년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책. 공중그네로 크게 히트한 후에, 오쿠다 히데오 붐이 일어서 마돈나, 면장선거, 인터폴 등의 작품들이 덩달아 함께 번역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중그네는 다소 산만하긴 했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엔 유쾌했다. 한 작가를 찍으면 모든 작품을 다 읽어제끼는 독서성향 때문에 다른 작품들도 모두 찾아서 읽어봤는데, 의외로 소재우려먹기나 비현실적인 산만함이 강해서 좀 실망했었다. 그렇게 찾아보는 과정에서 이 작품도 읽게 되었는데, 보고 나서 꽤나 실망했던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만큼은 공중그네를 능가하는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독서모임 때문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 리뷰를 안써놓아서 이번에 작성 :) 생각해볼 점. 1. 언론 조작 문제 2. 아나키스트..
미스터리물을 잘 안보는 편인데도, 이 작품을 읽고 난 뒤 왜 미야베 미유키를 한국 팬들이 미미언니라고 부르며 칭송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몇가지 요인들은, 1. 한번에 큰 반전을 통해 빵 터지듯이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퍼즐 맞추듯이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해나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2.한국의 상황과 소름끼칠 정도로 유사한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생리, 도시화로 인한 가족의 해체 지역공동체 와해, 도시인들의 허위의식, 여성의 가치관 변화, 하우스푸어와 거품경제, 여성의 노동 문제 등을 장르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고 묵직하게 전달한다. 3. 흑백논리로 몰아간다거나, 무조건적인..
이 만화책은 상상마당에 영화를 보러 가서 우연히 읽게 된.. 너무 재밌어서 구입 후에 단숨에 읽어버린 작품이다. ^^ 비닐을 제거할 때 쓰면 편리한 플라스틱 칼 ㅎ 종이가 전혀 상하지 않게 쉽게 비닐 제거 가능. 이 작품의 배경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부터 2차대전 이후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보통 만화 속의 시대적 배경이 이렇게 길어지게 되면, 스토리가 산만해지거나 실제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1-5권에 이르기까지 날씨과 씨실이 만나듯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 작품의 주요인물은 아돌프 히틀러, 독일인이지만 유대인 출신인 아돌프 카밀, 나치친위대로 성장하는 아돌프 카우프만 그리고 비밀을 간직하고 죽은 동생의 유언에 따..
5,6년전에 읽고 너무 맘이 아팠던 작품 얼마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뒤늦게 봤는데, 이 영화 개봉 당시 함께 개봉했던 작품이 바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였다. 이름이 똑같은데 장르나 내용은 워낙 다른데다가 두 작품 모두 꽤 문제작이라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내가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를 본 것은 갓 개봉했을 즈음인 04년도이다. 그 전에 유태인을 다룬 많은 작품들을 보고 또 좋아했지만, 유태인을 그냥 휠체어 채로 집어던진다든가.하는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라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 각설하고, 피아니스트를 본 뒤에 저 폴란스키의 작품과 쥐가 떠올라 '쥐'를 새로 주문해서 읽어봤다. 다시 봐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수용소 피해자들의 휴유..
20세기 거의 전체에 걸쳐 적어도 서구 유럽에서 영화는 이런저런 많은 것 중 하나, 다시 말해 하나의 미디어, 하나의 예술, 하나의 기술, 하나의 오락거리와 같은 존재, 요컨대 'n분의 1'의 존재는 아니었다. 그것은 때로 '제 7의 예술'이라 불렸지만, 일곱번째 중요성을 갖는 예술도 아니었다. 영화는 최소한 서구 유럽에서는 예술 일반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체의 총아였다. 인문학의 주요 분야에서 사유의 '프레임'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사유의 일가를 이룬 주요한 인물들이, 각기 영화에 주목하고 이를 대상으로 치밀한 사유를 전개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영화의 원리와 표의문자(1929)-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영화와 현실(1932/1957)-루돌프 이른하임 영화에서 양식과 매체(1934/1947)-에르빈 파..
나는 고립된 사람들에게 현실이 한순간 뒤흔들리면서 그보다 더 생생한 환상이 나타나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제아무리 견고하다 해도 현실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감각이 바뀌면서 현실이 무르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마련인데, 이를 두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이라고 불렀다. 모든 성인(聖人)들은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해 그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현실이 오직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하지만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을 경험한 그 다음 순간, 모든 성인들은 감각적 현실이 얼마나 아름다운세계인지 개닫게 된다. 현실이 감각적으로만 성립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모든 게 덧없을 ..
시인이 물 속으로 직접 들어가 온갖 물고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존재라면, 철학자는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를 다시 확인하고 만져 보는 사람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시는 주관적인 것이고, 철학은 객관적 혹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인상이 생겨났는지도 모릅니다. 온몸으로 물고기를 경험했던 사람이 자신의 낯선 경험을 육지 사람들에게 들려주려 할 때, 그의 낯선 경험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반면 새로운 그물을 엮어 낯선 물고기를 뭍으로 끌어올려 보여 준다면 사람들은 이전보다는 좀 더 쉽게 그 낯섦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시는 가장 주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보편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시인이 들어갔던 물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나..
그대, 인생을 얼마나 산 것 같은가? 이 질문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물어보겠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24시간에 비유한다면, 그대는 지금 몇 시쯤을 살고 있는 것 같은가? 태양이 한참 뜨거운 정오? 혹시 대학을 방금 졸업했다면, 점심 먹고 한창 일을 시작할 오후 1-2시쯤 됐을는지? 막연하게 상상만 할 것이 아니라 한번 계산기를 들고 셈해보자. 그대가 대학을 스물넷에 졸업한다 하고, 하루 중 몇 시에 해당하는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쯤 된다 치면, 80세 중 24세는 24시간 중 몇시? 아침 7시 12분 아침 7시 12분, 생각보다 무척 이르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시각이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그..
가벼운 소설들 특히 키치나 칙릿풍의 소설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이 책은 사실 전혀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봐서 원작을 읽을 생각에 구매했었다. 이 드라마는 올드미스다이어리와 더불어 의외로 괜찮았던 그리고 30이 되었을 때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중 하나이다. 여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대사들이 매력적. -자, 여기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둘은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들은 제각각의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전혀 별개의 추억을 쌓으면서 살아왔다.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온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어느 날 처음 만난다. 호텔 커피숍에서, 정장을 떨쳐입고, 서로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암호명처럼 숙지한 채 말이다. 그들은 매우 정중하..
'더 리더'를 영화화 한 것을 보고 글을 쓴 것은 꽤 예전인데 문득 이 책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책에 대한 글을 다시 쓰게 되었다. 오래전 추운 겨울날 어디론가 나가고 싶진 않고 무언가 기분 전환이 필요했을 때 연인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청하며 내가 건냈던 책 중에 하나가 '더 리더'였다. 그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머리 속에서 재구성 되는 책은 내가 기존에 읽었던 이야기보다 더 유려하고 관능적이었으며 나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음성과 함께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던 목젖, 책을 읽으면서 머리카락을 빗어주던 손길, 어깨에 기대면 전해지던 따뜻한 감촉들.. 내가 건내받아 읽을 때 방에 가만히 울리던 나의 낮은 목소리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책의 단어 하나하나가 나에게 더 강한 울림으..
인간은 억압이나 슬픔이 아니라 평안한 기쁨, 보편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그것이 만들어놓은 욕망의 집어등은 의식할 새도 없이 우리에게서 삶의 자유와 기쁨을 앗아가버립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욕망의 집어등은 매우 교묘하게 작동합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자유와 기쁨을 주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번 꼼꼼히 살펴보세요.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자유란 '소비의 자유'일 뿐이고 자본주의에서 얻는 기쁨이란 '자기 파괴적인 욕망의 충족'일 뿐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들 대부분은 욕망의 집어등에 걸려 허우적거리며 깊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겠지요. 정열적인 시인들로부터 냉..
에단 코엔 , 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 영화를 먼저 보고 한참 지난 후에야 책을 읽었었다. BGM하나 없었던 영화. 그저 적막속에서 느껴지는 섬뜩하고도 잔인함이라고나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손을 맞잡은채 숨죽여 본 기억이 난다. 인물의 숨소리와 말투, 땅에 닿는 부츠소리..사실 영화의 내용보다도 주인공의 알 수 없는 심리상태와 영화 전체를 대표하는 분위기만이 떠오른다. 왜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지는 알 수 없는. 그러나 책을 읽으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에서 따온 구절이다.(왜 그런지 궁금하면 읽어볼 것!) 듀나가 지적했듯 영화의 원제인 'No Country For Old Men'을 번역함에 있어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닌 '노인을 위한 나라가 ..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로 마음이 아플 때 예상치 못하게 나를 가장 많이 위로해주었던 것은 신화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신기한 경험을 나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신기함은... 1. 시간의 장은 곧 슬픔의 장이다. 모든 삶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정말 그렇다. 여러분이 슬픔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면, 여러분은 그 슬픔을 다른 어디론가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 삶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런 삶과 함께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것인가? 여러분은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영원을 자각한다. 여러분은 해방되고, 또 그런 한편으로 다시 속박된다. 여러분은-바로 여기서 아름다운 공식이 나오는데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다". 여러분은 게임을 하는 것이다. 상처를 입을 수..
오랫만에 읽은 소설. 언젠가부터 책을 구매할 때 인문학쪽 교양서가 우선시 되고 문학작품들은 점점 우선순위 뒤로 밀리면서 한국이나 일본소설을 가끔 읽는 것 외엔 제대로 시간을 내서 소설을 읽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다. 직장에서 계속 문학작품들을 다루기 때문에 평상시엔 교양서들 위주로 보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 헬프는 영화의 평이 워낙 좋아서 보려고 하다, 너무 바빠서 시간을 못내는 바람에 책을 먼저 보고 나중에 영화를 보게 된 케이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책이 훨씬 좋았기 때문에 책을 먼저 읽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적이고 잔잔하게 인종차별을 풀어간 것이 특징 결말에 이르기까지 자극적인 내용이나 충격적인 반전은 없었지만 소소한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흑인가정부에 대한 차별 외에도..
미려야, 하고 나는 목소릴 죽여 속삭였다. 실은 나... 꿈이 큰 사람이야. 조금만 참아,알겠지? 라고는... 못했다. 뜸을 들이는 사이 미려가 속삭였다. 다 알아 오빠, 사랑해. 입속에 고여 있던 흰우유 한 모금이 순간 딸기우유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사랑해. 딸기우유의 맛이 나는 사랑이라... 두근두근한 감정을 정말 사랑스럽게 표현한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때 아..하고 감탄해버렸는데,,,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빨간 사탕을 먹었을 때의 달큰한 입술처럼 온통 핑크빛으로 몽글몽글 물드는 것 같았으니까 :) 어쩌면 그렇게 마음이 부풀어오를 수 있는지.. 더 마음이 커지면 펑 하고 터져버릴까봐 겁이 났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다시 딸기우유맛 나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칸트 - 온전한 삶에 대한 권리, 인간이 인간이라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인간에게 속하는 권리. 독립성과 평등이, 자연의 아들이자 타고난 순순한 본성으로 말미암아 덕목과 자유를 지향하는 인간을 지배해야 한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소수, 즉 대체로 별다른 의식 없이 사는 백인들의 편의를 위해 언제까지고 대다수가 가난과 절망, 착취, 기아 속에서 신음해야 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인간의 이성 속에 희망은 깃들어 있다.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는 도덕적인 요청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흔들어 깨우고,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북돋우며,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나는 타인이며 동시에 타인은 나다. 타인에게 가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은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인간성을 말살시킨다. 투쟁의 결과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확실..
베스트셀러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다가, 엄마를 다룬 뻔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볼 생각이 없었던 책. 예상외로 해외에서도 호평이 자자해 궁금해서 주문한 책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도저히 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딱딱한 교양서적을 읽을만한 마음상태도 아니어서, 늦은 새벽에 읽기 시작했다가 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질정도로 펑펑 울어버렸다. 영화 혜화,동, 이후로 계속 울면서 본 작품은 또 오랫만인 것 같다. 결국 밤을 하얗게 새버렸네... 어찌 생각하면 울기 위한 핑계로, 이 책을 집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길 바라며 집어든 책이었지만, 실제로는 울기위해 무의식적으로 집어든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읽고나서야 뒤늦게 들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 째다...로 시작되는 이야기. 신파조..
책장 한 귀퉁이에서 새삼스럽게 발견하고 오랫만에 펼쳐든 책. 아주 오래 전에 청계천 주변 헌책방에서 집어 온 책. 읽을 때마다 울림을 주는 글귀와 다가오는 느낌의 폭이 다르다. 우리들하고는 다른 삶. 나하고는 다른 사람. 하계숙에게서 우리들하고는 다른 삶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엄마를 떠올리며 멍해졌다. 사실은 나, 하계숙의 말처럼 내 여고 시절이나 글을 읽지 못하는 내 어머니를 부끄러워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어쩌면 나는 좀 더 일찍 어머니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모르고 싶었기에 알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경을 펴 놓고 계시지 않은가, 성경을 읽고 계시지 않은가, 하면서. 내가 나 자신에게 받은 함구령을 하계숙은 한마디로 질책하고 있었다. 너는 우리들 얘기는..
이 책은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초정상 자극들이 어떻게 비만, TV와 게임 중독, 그리고 지난 세기의 광포한 전쟁들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짜보다 더 과장된 모조품이 더 강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정작 뱁새는 자신의 알보다 크고 흰 뻐꾸기 알을 품는다. 거위가 자신의 알은 팽개치고 색, 크기, 무늬를 과장시켜 만든 모형알을 품는 것이나, 빨간색 배를 가진 물고기를 잠재적 공격 상대로 여기는 큰가시고기가 우체국 트럭을 보고도 공격 태세를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우리 인간 역시 화려한 뻐꾸기 알에 속는 뱁새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생긴다. 남성들이 과장된 성관계를 보여주는 포르노에 집착하거나, 여성들이 과대 포장..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소녀의 성장 소설이나 가벼운 연애소설이 아닐까 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상태로 약간은 충동적으로 구입한 책인데, 내 생각과는 다른, 훨씬 더 좋은 책이었다. :) 이 소설은 관광단지로 개발되는 중이라 매우 번잡한 분위기의 마을이 배경이다. 미성년자 때 아이를 낳아 이제 겨우 서른에 접어드는 부모와, 조로증으로 17세의 나이에 80세의 신체를 갖게 된 아이의 이야기. 사실 꽤 우울할 수 있는 내용인데, 문체가 너무 해맑아서 이야기 전개에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충분히 진지하지만 신파로 빠지지 않는다. 주옥 같은 ..
인터넷이 내게 무슨 짓을 한거지? 인문학 서적인 줄 알고 구입했었는데, 초반에 뇌의 구조나 지능지수와 같은 이야기들이 잔뜩 나와서 처음에는 오랫만에 교육학 전공서적을 읽는 느낌이;; -_-; 작가의 경험을 예시로 사용하는 부분 외에는, 인쇄물의 역사,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덕분에 공감 보다는 객관적인 사고가 좀더 가능했다. 읽는 내내 뇌 구조 자체가 인터넷 때문에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섬찟했다. 기술의 유혹은 거부하기 어렵고, 우리가 사는 인스턴트 정보 시대에서 속도와 효율성이 주는 이득은 그야말로 꼭 필요한 가치라는 생각에 그에 대한 열망은 논쟁의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 인간이 미래의 컴퓨터 과학자들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이 우리의 명령 체계를 작성..
'저자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한국어사용자들이 그동안 무심코 써왔던 낱말들의 의미를 세밀하게 따져보고 그 미묘한 맛을 음미하는 훈련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더해갔으면 하는 것이다. 언어는 의식의 연장이자 사고의 도구라는 점에서, 언어를 분석하고 성찰하는 일은 곧 자기 의식과 사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언어를 통한 자기성찰,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이다.' 스터디 때문에 읽었던 책. 국문학자가 아닌, 전문번역가가 쓴 책이라 처음에는 약간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지나치게 세밀하게 파고든다는 느낌이랄까.동일한 현상을 설명하는데도 접근 방법이 문법책들과 다른 경우가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읽었다. 낱말과 낱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설명하기 ..
걱정의 8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을 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하고 있는 걱정의 8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나머지 20퍼센트 중에서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며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2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론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어림도 없지. 하지만 날마다 연습하면 어느 순간 너도 모르게 어려운 역경들을 벌떡 들어 올리는 널 발견하게 될 거야. 지금은 보잘것 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그리로 가보는 것... 조금씩 어쨌든 그쪽으로 가보려고 애쓰는 것. 그건 꼭 보답을 받아. 물론 네 자신에게 말이야" 상처받는 건 살아 있다는 징표 생명이라는 것은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위해 몸을 바꾸..
아주 오랫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뽀얗고 흰 표지에 단풍 같은 삽화들... 마치 가을의 고운 거리 같다. 별 기대 없이 들었던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죽음을 이렇게 일상적으로 다룬 책은 여전히 너무 힘들다. “아무 의도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확대된 어수선한 거리 구조는 인간의 너저분한 치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가 꽃을 쪼아 먹는 모습이나 뛰어내리는 고양이의 매끄러운 몸놀림만큼이나 아름다워서, 실은 인간의 무의식 속 아름다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새로운 어떤 일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 탁하다. 하지만 마침내는 깨끗한 흐름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움직임 속에서 조용히 영위된다.” 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옳은 말이라고 공감하..